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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모자 지음 / 첫눈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제일 인상 깊은 시만 2개 소개한다. 정말 우리가 사는 이야기를 하나의 책으로 옮겼다고 하지만 그 중에서 제일 인상 깊은 건 '노트' 라고 생각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빈 노트에 시간이 쌓인다는 것은 아무래도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을 했다. 하나는 정말 세월의 흔적이 녹아들어 종이의 색이 변색이 되었을때. 종이의 색이 변해갔는데 아무것도 안써서 누레끼리 해진 걸 볼 수 있다. 그럴 때 쓰고싶다 쓰고 싶다 그런 강박관념이 있었다는 걸 느꼈다. 또 하나는 빈 노트에 인터넷이 연결이 되어서 이게 언제부터 되었는지 알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을 알게 해주는 그런 무언가라고 생각한다. 손이 그를 탓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쓰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손이 감정이 생겨서 왜 물어보냐라는 건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는 점을 감안했을때 나름 시대를 훨씬 앞선 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인체의 세포에 감정과 지능이 녹아다니는 건 아주 먼 미래의 일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기념우표' 라는 시. 어쩌면 과거에는 우표가 많이 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근데 이 시 속에 주인공은 그걸 사려고 한다. 무슨 의미일까. 내 생각엔 그런 것 같다. '옛 추억을 못 잊어서'. 그런 추억을 못 잊고, 아련하기 때문에 우표를 사려는 거 같다. 레고가 그리워서 아직도 레고를 사는 사람들처럼 우표가 그리워서 우표를 사는 사람과 다를 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시의 후반부에 아무 날이 아닌, 누구도 아닌, 어떤 것도 아닌 나는 그걸 잊을 수 있을까? 라는 걸 볼 때... 이게 그걸이 소위 덕질의 어떤 거라면? 굉장히 공감이 가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