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지구를 위한 시
이문재 외 지음 / 마음의숲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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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물두 명의 시인이 자연과 환경 위기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책, <창백한 지구를 위한 시>.

지구를 생각하는 시인들의 시와 산문이 수록된 이 책은 친환경 종이와 친환경 옵셋잉크를 사용하여 제작되었다고 한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사상 최악의 폭염이 오리라 예상하고 있는데,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차례'에 이어 첫 포문을 여는 시는 이문재 시인의 <밤의 각오> - 지구의 불을 끄기 위한 소극적인 캠페인 이다.



남들이 아니라 나를 위해 일하자

벌기 위해 살지 말고 살기 위해 벌자

_이문재, <밤의 각오> 에서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일하자.

내가 하나의 수단이 되지 말자.

이문재 시인의 <밤의 각오>는 세상의 모든 맑고 향기로운 아침을 위해 어둠 속 깊이 잠드는 밤을 그린 시다.





정끝별 시인의 산문 <소소익선에 우리 공통의 미래가>를 보면 불꽃놀이가 얼마나 지구를 병들게 하는지, 그 '인재지변'의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어렸을 적 불꽃놀이를 하면서 좋아했던 기억은 있으나, 불꽃놀이를 환경과 연결시켜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다익선'이라는 말도 경계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소소익선은 '많은 걸 가지러 너무 정신 없이 달려왔다는 반성, 많이 가지느라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 많다는 각성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쓸데없는 것들에 나를 빼앗기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나희덕 시인의 산문 <물구나무종이 된다는 것>에서.


'세계를 표상하는 데 있어서 (…) 다른 부류의 존재들이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시인은 새와 나무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고 그 존재들의 생각과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며 인간의 언어로나마 받아 적으려' 하는 존재다. 


나희덕 시인은 '우리 안의 완강한 인간중심주의 테두리도 조금씩 부서져 내리'길 희망한다.



직립보행의 나날이 너무 길었나봐요


물구나무종, 당신은

손으로 걸어다니는 새로운 인류


_나희덕, <물구나무종에게> 중에서


직립보행의 날을 뒤로한 채 물구나무종이 되려는 우리의 상상이나 선언도 '거꾸로 서기'와 '마주 서기'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묻는다.


반딧불이가 모두 사라진다면

반딧불이의 불빛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 꺼진다면

싱싱한 수풀은 곧 시들시들해지고

이슬은 쌀쌀맞은 모래알이 되어 내리리

달맞이꽃은 밤의 사랑을 기다리지 않으리

_문태준, <그러할 리는 없겠지만 만약에> 중에서


반딧불이가 주는 교훈.

모 시인이 문태준 시인이 시인들의 모임 자리에서 '오늘도 나무와 대화하고 왔어요~' 하면서 미주알고주알 자연과의 대화를 털어놓았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문 시인이 천상 시인 같다고 농담 반 진담 반 말씀하셨던 적이 있다.

그 일화를 떠오르게 할만큼 자연에 대한 경이가 드러나는 시와 산문이었다.

'나는 한 그루의 나무'라는 발견.





신미나 시인의 산문 <서울 벚나무에서 히로시마 단풍까지>.

개의 육질을 연하게 하기 위해 피범벅이 되도록 때리는 사람들. 

피비린내 나는 '인간들의 잔치'

신미나 시인은 '개의 고유한 습성을 존중하지 않는 가학적인 방식은 한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높은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스스로 저버리는 일'로 '인간의 영혼마저 상하게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창백한 지구를 위한 시>를 읽으며 지구를 병들게 하는 일을 멈추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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