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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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332 인생이란 누가 쓰는 각본인지 몰라도, 환상성을 조금 가미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건지도 모른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난 주말에 ‘낯선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는 고마운 분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용기를 내기 어려웠을것이다. 내게 몹시 낯선 문체와 분위기로 진행되는, 그러나 한결같이 유쾌한 캐릭터들이 펼쳐가는 유쾌한 서사를 통해 현실을 반영하고 현실을 뒤집어버린 한 편의 소설 앞에서 나는 또 다시 깨닫는다. 낯선 것 앞에 애써 낸 용기는 언제나 기대 이상으로 나의 시야를 넓혀준다는 것을. 버거운 현실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감하여 짊어질 수 있도록 돕는, 더불어 여전히 꿈을 꿀 수 있도록 돕는 ‘환상성을 가미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시를 사랑하며 환상을 품고 몽상하는 이의 손 끝에서 탄생한 가상의 국가 ‘삼탈리아’. 그 곳은 자본주의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현실 세계의 대척점이다. 돈보다 시(詩)의 가치를 더 중시하며, 깊은 시심으로 생명의 본질과 우주의 원리를 깨닫는 삶을 갈망하는 국민들이 살아가는 국가. 그 곳을 여행하며(혹은 꿈꾸며) 자신의 인생과 요리에 오롯이 담아낼 궁극의 ‘시심’을 체화하고자 했던 주인공 ‘이원식’. 그가 평생 알고 싶어했던 궁극의 ‘레시피’에는, 힌트를 주자면, 서로 다른 모습과 생각으로 살아가는 우주의 모든 존재들이 공존과 공동의 서사를 써 내려가는데 가장 필요한 ‘무엇’이 깊이 담겨져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조금 안타까웠던 것은, 작가가 작품 속에서 찬양했던 수많은 시인과 시에 대한 나의 인지와 이해가 매우 부족함으로 인해 작가의 충만한 시심을 온전히 공감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평소 시와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 해도 이 책을 즐겁게 읽어나가는 데는 사실 큰 어려움은 없다. 그의 시심은, 그의 시적 감수성은 결국 뻥 같은 현실 속에서 뻥 같은 낭만을 잃지 않으려는 이라면 누구든 마음 속에 품고 있을 ‘희망’과 동의어(同義語)이기에. 

(이 글은 작가정신 서평단 ‘작정단 7기’로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신비롭거나 못 알아듣는 언어로 보이지만 조금만 집중하면 알 수 있는 언어. 그게 바로 시였다. 음악은 움직이는 시였고, 도서관의 책들은 고요히 앉아있는 시였다. 멋진 요리는 접시에 플레이팅 된 시였고. - P33

"인생을 잘 계산하지 않으면 네 삶의 구조는 엉망진창 오답이 될 거야."
"인생에 정답이 있다는 생각이 오답일걸?"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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