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루디와 마인드-리셋이다. 언제인가 힘든일이 생기고 그 일때문에 끊임없는 스트레스를 받을때 기억을 없애는 편이 낫지않나 생각한 적이 있다. 그렇게 공상을 하다보면 그 사이사이 잠깐 좋았던 기억까지 없어지면 어떡하지 우리가족을 못알아보면 어떡하지 등 꼬리에꼬리를 무는 걱정에 더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이 있는데 처음 루디를 보고 소방관이 겪는 ptsd에 이걸 접목하다니 천잰가!? 싶었다. 그치만 태주가 루디와의 대화에서”실패한 경험이라도 나는 철저하게 더 기억할거야......그들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기억하고 공감할꺼야. 그리고 그건 머리로 할 수 있는게 아니야, 온몸으로 부딪혀야 가능하지“ 라고 하는 것을 보고 니체의 명언이 떠올랐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뿐이다”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원동력삼아 삶을 이어간다면 보다 성장한 나를 발견할 것이라는 니체의 말은 나를 납득시켰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기 마련인데 그럴때 기억삭제시술이라는 선택지가 있으면 어떨까. 그 역시 삶을 이어가기 위한 수단이기때문이다. “각 소설을 하나의 세계로 연동하는 핵심은 중복되는 소재가 아니라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기 때문이다. 기억과 고통, 책임과 윤리, 승인과 배제를 통한 존재들의 고투가 바로 그렇다.“ 라는 문장을 앞세우며 이 소설의 특징은 여느 sf소설처럼 과학의 진보와 근미래의 기술적 풍경을 제시하면서도 이것을 매개로 현재를 철저히 해부한다는 것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실제와 의식사이에 놓인 1/3초 지연된 세계가 늘 궁금했다던 이준희작가가 그 가능성의 세계에 사는 존재들에게 안부를 묻는 마음으로 썼다는 이 여섯편의 소설들이 생소하지만 공감됬고 어려웠지만 이해가 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