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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 ㅣ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책은 기하와 재하가 번갈아 화자가 되는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같은 사건이 각기 다른 감정으로 재조명된다. 첫 여름, 고독한 기하의 닫힌 마음이 재하의 작은 배려에 살짝 열리지만, 피의 한계가 그림자를 드리우며, 중간 에피소드에서는 재하의 시점에서 형의 따뜻함을 갈망하는 절절함이 드러나고, 성인기의 재회에서조차 완전한 화해 대신 아련한 엇갈림이 지속된다. 이 미니멀한 전개는 상상력을 자극해, 읽고 난 후 독자 각자의 '두고 온 여름'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기하는 상처받은 마음의 작고 약한 모습을 상징하며, 새 가족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고독을 사진처럼 정지된 장면으로 표현한다. 반면 재하는 형의 팔에 안기고 싶은 순수한 욕구를 품지만, 좌절 속 배려를 잃지 않는다. 새어머니의 조심스러운 시선까지 더해져, 재혼 가족의 기쁨 너머 피부색 다른 관계의 아픔이 세밀하게 포착되는 심리 묘사는 현실적이며, 독자가 자신의 가족사를 돌아보게 유도한다.
성해나의 문장은 따뜻하고 성실하며, 짧은 문장과 여백으로 강한 잔향을 남기고 있다. 상실, 성장, 기억의 복원을 통해 가족이란 완벽하지 않은 연결임을 강조하며, "어딘가에서 서로를 그리워할 것"이라는 희미한 위로를 전해준다. 첫 장편임에도 전작 단편집의 감성들을 승화시킨 이 작품은 관계의 본질을 묻는 동시에, 독자의 개인적 공감을 자아내는 힘을 지녔다.
전체적으로 '두고 온 여름'은 여름의 습한 공기처럼 스며들어 오래 머무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