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야 하는 비밀 - 성폭력 예방 그림책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25
카롤리네 링크 지음, 자비네 뷔히너 그림, 고영아 옮김 / 한솔수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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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야 하는 비밀>(카롤리네 링크 글, 자비네 뷔히너 그림/고영아 옮김/ 한솔수북/ 2024)의 책표지 오른쪽 위쪽 구석에는 말할 수 있는 용기를 키워 주는 성폭력 예방 그림책이라고 작은 글씨로 써 있다. 아마도 심부름을 하는 듯 해맑은 표정을 하고 두 손으로 망치를 들고 있는 주인공과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그림자만 봐도 늑대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누군가를 올려다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림만 봐도 시커먼 늑대 그림자가 마음에 걸리는데 성폭력 예방 그림책이라는 단어는 앞표지에서 책의 내용에 대한 과도한 정보를 주며 그림에 대한 상상의 여지를 없애 버렸다.

아이들이 읽는 책인만큼 볼프강 삼촌의 나쁜 짓은 아이들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멈춘 것 같아 좀 안심이 되었다. 어른들은 앞표지만 봐도 이 해맑은 어린 여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이 된다. 그래도 설마설마 하면서 책을 읽지만 역시나 그렇다는 사실에 안타깝고 답답하다. 이런 정도만으로도 혹시나 너무 많은 정보를 아이들에게 주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몰라서 당하는 범죄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이것을 알려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주 좋은 그림책이자 성교육 교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의 글작가인 카롤리네 링크는 독일의 영화감독이자 작가이다. 어린 주인공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주요 작품으로 〈비욘드 사일런스〉, 〈웬 히틀러 스톨 핑크 래빗〉, 〈올 어바웃 미〉 등이 있으며 〈러브 인 아프리카〉로 제7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어린이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활동이 참여하고 있다. 그림 작가인 자비네 비휘너는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아동복지시설에서 수년간 사회복지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 두 작가 모두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생각된다. 예쁘고 밝은 모습만이 어린아이의 본모습이 아니다.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분명히 존재하기에 도움의 손길 또한 필요하다. 필요하지만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은 일에 앞장 선 두 작가가 무척 존경스럽다.

정말 다행히도 그런 일을 겪었음에도 피니는 참 운이 좋은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부엉이 선생님이 계서서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엄마, 아빠는 평소와 다른 피니의 모습을 눈치채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영문도 모르고 피니를 걱정하는 친구들이 기특하지만 피니에게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부엉이 선생님은 피니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 채고 도움을 주려고 한다.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엉이 선생님과 같은 어른이 반드시 필요하다.

엄마, 아빠도 좋은 부모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부모가 선생님이 눈치 채는 것도 모를 수가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부모는 가장 가까이에서 아이를 지켜보고, 아이에 대해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부모라고 해도 아이의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조력자 부엉이 선생님의 도움에 피니의 입장에서 즉각적으로 행동하고, 피니가 죄책감을 느끼도록 행동하지 않는다. 볼프강 삼촌이 나쁘다는 것과 피니의 잘못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해 주고 용기를 낸 피니를 칭찬한다. 나무 위의 집은 엄마, 아빠와 함께 완성하자는 말로 피니 마음 속에 남은 마지막 작은 걱정까지 살펴주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앞으로 피니가 살면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용기를 내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일도 분명히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겪으면서 피니는 그럴 때 도움을 청하고, 주저하지 않고 말 할 힘을 길렀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나쁜 일이 하나도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자잘한 병치레를 해야 면역력이 생긴다. 일부러 예방 접종도 한다. 아이들도 힘든 일을 겪고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더 큰 산을 넘어갈 수 있는 용기를 배운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려운 일을 겪는 아이들이 그것을 이겨낼 수 있기를, 그리고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의 나쁜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일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아이들에게도, 아이들의 조력자가 될 어른들 모두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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