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코 자자!
이소진 지음 / 키큰도토리(어진교육)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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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코자자!>(이소진 지금/키큰도토리/2024)는 책표지에 써 있는 것처럼 잠자기 놀이 그림책이다. 보드북으로 제작된 정사각형에 가까운 아담한 판형의 이 책은 몇 안 되는 캐릭터가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북스타트 선정 보드북이라는 홍보 문구도 보인다. 영유아용 잠자리 그림책으로 제작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실 잠을 잘 자는 것은 사실 아기의 건강과 성장에도 중요하고, 그날 그날의 컨디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아기 본인에게도 큰 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어쩐지 아이를 재우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책처럼 보인다. 강아지도, 아기 코알라도, 아기 얼룩말도, 아기 박쥐까지도 이렇게 잘 자니 너도 이렇게 잘 잤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비는 것 같기도 하다.

   누가 나에게 아이를 키우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렸고 아기의 불규칙한 수면 패턴과 취침 시간에 대한 궁금증은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으며, 내가 그것에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 나를 힘들게 했다. 그리고 아기의 등에는 각도를 감지하는 센서가 달린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만큼, 눕히려고 하는 시도를 하기만 해도 눈을 번쩍 뜨는 이 놀라운 평형 감각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작가 이소진에 대해 알아보니 대자인을 전공하고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 이상의 정보를 찾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이 작가가 아기를 재우는 것에 상당한 고난의 시간을 보낸 사람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 본다. 강아지부터 시작해 아기 코알라, 아기 얼룩말, 아기 박쥐 모두 아가야, 코 자자.’ 이 한 마디에 각자의 방법으로 쌔근쌔근 잠이 든다. 어른들의 사정은 보여주지 않으니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말만 하면 알아서 잠드는 것처럼 보인다. 아기 동물들은 정말 저렇게 잠드는 걸까 궁금하면서도 부럽다. 작가도 그런 마음이 아닐까?

이 책을 처음 볼 때는 미처 몰랐다가 한 번 더 읽으면서 눈에 들어온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화자에 따라 폰트가 다르다는 것이다. ‘아가야, 코 자자.’라는 말은 손 글씨 같은 폰트를, 그 뒤에 따라오는 아기 동물은 이렇게 잔다는 말은 인쇄된 것 같은 폰트를 사용했다. ‘아가야, 코 자자.’는 아기 동물들에게 이제 잘 때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말이고 인쇄된 것 같은 폰트는 엄마가 아기에게 설명을 해 주는 말이다. 강아지는 이렇게 자고, 아기 코알라는 이렇게 잘 자고, 얼룩말은 서서도 잘 자고, 아기 박쥐도 거꾸로 매달려 잘 잔다는 안타까운 외침처럼 들린다. 마지막에 모든 부모의 바람처럼 우리 아기도 아기 침대에 혼자서 벌렁 누워 잔다. 엄마는 그 옆에서 그림처럼 바라보며 웃고 있다. 미소가 저절로 나올 만하다.


또 다른 하나는 모두 잘 때를 안다. 잘 시간이라고 아기 동물들을 부를 때보다 쌔근쌔근 자고 있는 아기 동물들을 보여줄 때의 배경이 더 어둡다. 아기 동물들의 마지막 순서로 박쥐를 넣은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낮에 생활하고 밤에 자는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게 박쥐는 야행성이다. 밤에 활동하고 낮에 자는 박쥐의 생활방식에 맞게 환한 낮에 자고 있다. 우리 아기도 잘 때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 책을 읽어줄 아기에게 잠 잘 시간을 지켰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작가의 입장이라고 예상되는 화자의 입장에 너무 몰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점점 더 들었다. 이 책을 읽어줄 아이들이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림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 지는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육아를 경험한 어른이라 사실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화자의 입장이었다. 이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네가 얼른 잠들어서 나도 좀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잘 자야 내일도 재미있게 놀고 건강하게 쑥쑥 자랄 수 있단다라는 마음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잠자리에서 이 책을 함께 읽으며 모든 아기와 아기를 돌보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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