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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을 찾아라 ㅣ 바람그림책 151
김진 지음, 다나 그림 / 천개의바람 / 2024년 2월
평점 :
이 책은 재미있게만 볼 수가 없다.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세종대왕을 찾아라.』와 『정약용을 찾아라.』 두 책을 무척 재미있게 보았다.
당시의 생활과 문화를 세종대왕과 정약용을 찾는 과정에서 저절로 알게 되는, 지식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상당히 교육용인 그림책이라고 생각했다. 제목에서 세종대왕과 정약용을 찾으라고 하는 것도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찬찬히 보라는 뜻이지 월리를 찾을 때처럼 눈이 빠지게 찾으라는 건 아니었다. 재미있는
책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약간의 보너스 정도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유관순을 찾아라.』는 그렇게 재미있게 쫓아다닐 수가 없다.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슬픈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안타깝게 보게 된다.
이
책은 이화 학당의 룰루 프라이 교장선생님과 사감 선생님이 유관순을 찾아 다니는 이야기다. 유관순을 비롯한
이화 학당의 학생들이 3.1 운동에 참여하려고 하자 교장 선생님은 이를 막으려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의지가 더 강했다. 이화 학당의 학생들은 학교 담장을
넘어 만세 행렬에 동참하게 되고 교장 선생님은 유관순을 쫓아가게 된다. 교복 같은 하얀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고 똑같이 땋은 머리를 한 학생들 중에서 태극기로 댕기를 드린 학생이 유관순이다. 보라색 옷을
입은 세종대왕처럼 숨은 그림 찾기의 힌트를 준 셈인데 전작을 읽을 때와는 달리 독자에게도 힌트가 되지만 일본 경찰도 더 잘 찾을 것 같은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유관순과 비슷한 나이의 딸이 있는 엄마라 그런지 자꾸 교장 선생님에게 감정이 이입된다. 교장 선생님도 배운 것을 실천하려는 바른 마음을 가진 딸 같은 제자가 분명히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과는 별개로 제자들이 고초를 겪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에 학생들을 만류했고, 유관순을 찾으러 다녔을 것이다.
교장
선생님은 유관순이 일본 경찰에게 잡히고 나서야 유관순을 따라잡았고 유관순을 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이
학생은 우리 학교 학생이라고, 만세를 부르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유관순에게도 그렇지 않느냐고
묻는다. 유관순이 그렇다고 하면 아마도 우리 학교 학생이니 내가 데려가겠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관순은 교장 선생님의 바람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유관순을
찾아라.』는 여기서 끝났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이 다음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3.1운동 당시 유관순은 16살이었다고
한다. 공부하고 놀고 책을 읽고 친구를 사귀고 얼마나 꿈과 희망이 많았을까? 어른들이 칠칠치 못해 아이들까지 모진 일을 겪게 하는구나 싶어 조상님이 원망스럽다
엄마의
마음으로 책을 읽어서 그런지 교장 선생님도 너무나 안쓰럽다. 유관순을 쫓아가는 동안 일본 경찰보다 먼저
유관순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났을 것이고, 일본 경찰에게 붙잡힌 유관순을 발견한 순간 가슴이
철렁 했을 것이다. 그리고 유관순을 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서. ‘얼른
그렇다고 대답해. 일단 일단은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야지.’ 하고
소리 없이 외쳤을 것 같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신념대로 대답하는 어린 제자를 보며 어떤 마음이었을까
짐작하기 힘들다. 실제로 룰루 프라이 교장 선생님은 옥중에서 사망한 유관순의 시신을 돌려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고, 시신을 돌려받아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고맙고도
다행한 일이지만 교장 선생님이 미국인 선교사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기도 하다. 우리
나라 사람의 일을 다른 나라 사람의 힘을 빌지 않으면 안 되는 그 때의 처지가 답답하기만 하다.
일제는
독립 운동을 하다 체포된 사람들에게 반성문이나 일제에 협조하겠다는 서약서 등을 받고 훈방이나 감형을 해 주었다고 한다. 그런 내용을 접할 때마다 ‘일단 반성한다고 하고 살아 남아야지.’, ‘무조건 협조한다고 하고 빠져나와야 다음 기회가 있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유관순이 답답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교장
선생님도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주려고 하시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휩쓸려 길을 잃었다고 하면 어땠을까? 정말
독립을 원했다면 살아서 다음을 도모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독립 운동을 할 재목이 못 되나 보다. 난 아픈 걸 싫어한다. 주사
맞는 것도 무섭고, 침도 못 맞고, 치과 치료 한 번 받으려
가려면 나라를 팔아먹는 수준의 결심을 해야 한다. 독립 운동을 하다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남편이 ‘너는 고문하기 전에 안 물어본 것까지 다 불 거야, 아마.’라고 말했고 나는 바로 수긍했다. 유관순이라고 무섭지 않았을 리가 없다. 신념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용기에 감사하면서도 안타까울 뿐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사실 조금 안도했다. 유관순의 체포 장면 까지만 나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어린 독자들에게 가슴 아픈 이야기를 너무 일찍 자세히 말하고 싶지는 않았던 작가의 배려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재미있게 이 책을 본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지금의 우리가 사는 터전을 위해
싸운 유관순과 선조들의 진짜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3.1절이 무슨 날인지, 유관순이 누구인지 궁금할 아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고, 어린 자녀들에게
역사의 어느 부분까지 알려 주어야 하나 고민이 되는 부모님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