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덜컹 개미 기차 킨더랜드 픽처북스
오이 준코 지음, 황진희 옮김 / 킨더랜드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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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를 보자마자 앙증맞은 개미들의 모습에 귀여워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누가 흘린 팝콘을 줄 지어 옮기는 개미들의 모습이 어린 아이들이 나도 할 수 있어요하면서 어설프게 어른들을 따라하는 모습 같아서 엄마 미소를 짓게 된다. 앞면지에 개미 기차의 운전사인 아리퐁이 개미집을 안내하는 이야기라고 친절하게 소개를 해 놓았다. 땅위에서 출발해 땅 속 개미집의 이곳 저곳을 지나며 손님과 물건을 싣고 내리며 각 역마다 어떤 곳인지 알려 준다. 끝까지 친절함을 잃지 않고 마지막 페이지와 뒷면지를 연결하는 개미집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개미 열차 노선도를 보여준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책을 좀 더 크게 만들어서 전체를 보여줘도 좋았을 거라는 나의 작은 아쉬움이 싹 사라졌다.

 글밥은 많지 않지만 그림이 훨씬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개미들이 일을 하는 모습을 마치 사람이 하는 것처럼 그려 놓은 점도 흥미롭다. 개미들이 2족 보행을 하며 사람처럼 도구를 사용하지만 짐을 옮기는 모습을 보면 개미의 본능이 살아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개미들의 표정 하나하나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출발하는 기차에 탄 개미들은 기차 여행에 대한 기대감인지 즐거운 표정이다. 개미굴을 만드는 공사장에서 일하는 개미들은 웃으며 일하는 개미,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는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개미, 힘들어서 인상 쓰는 개미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구석에서 농땡이를 피우며 낮잠을 자는 개미의 표정은 정말 얄미울 정도로 행복해 보인다. 개미들이 공사 중표지판과 삼각콘 경고물을 세워 놓고, 굴착기로 땅을 파고, 거중기로 큰 돌을 옮긴다.

 어린 개미들은 체력 훈련도 받고 먹이인 사마귀, 지렁이, 나비 등 각종 벌레와 자신들의 음식 제조에 대해서도 연구한다. 삽과 괭이, 수레를 사용하고 도르레를 이용해 무거운 지렁이를 옮긴다. 구해온 먹이를 그냥 먹지 않고 공장에서 재가공을 한다. 기계화된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포장하고 옮겨서 백화점에서 판매까지 한다. 간식 공장에서 일하는 아리퐁의 친구 아리코가 포장된 제품과 함께 백화점에 배송을 하기 위해 기차에 탄다. 백화점에서는 개미들이 쇼핑백을 들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이동한다. 그냥 개미가 아니라 개미 사피엔스나 개미 하빌리스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자신들을 위해 희생한 먹이들을 위한 종교 의식을 치르는 듯한 개미들의 모습과 공장에 붙어 있는안전 제일마크를 보면 개미들도 생명을 소중히 한다. 이쯤 되면 정말 개미가 아니다.

 일본 작가의 책이라 그런지 역시 온천이 빠지지 않는다. 앙증맞은 개미보다 더 앙증맞은 바가지와 수건을 들고 온천을 하러 가는 개미들이라니! 어렸을 때 개미들은 복잡한 개미집에서 길을 잃지는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작가는 길을 잃는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미로처럼 된 개미굴 곳곳에 돌아가세요’. 막다른 길’, ‘안타까워라등의 표지판이 보인다. 절대로 계란일 리 없는 개미의 머리만 한 온천 달걀은 도대체 무슨 알일까?

 개미 유치원을 보니 크리스마스 무렵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개미들이 보는 책에는 얼마나 작은 글자가 써 있을까 생각만 해도 눈이 아프다. 기관사 아리퐁도 이 유치원을 다녔다고 하는데 모교를 방문해 후배들을 태우고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아리퐁의 직업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것 같다. 놀이 동산 역은 그냥 지나치지만 개미 기차에는 놀이기구 못지 않은 아찔함이 있다. 개미집 놀이동산에도 대관람차도, 회전 목마도, 귀신의 집과 해적선도 있다. 그리고 후지산 모양을 한, 개미 기차 노선과 흡사한 롤러코스터도 있다. 다음 역인 궁전에는 당연히 여왕님이 계시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개미 유치원에서 기차를 탄 아이들은 모두 여왕님의 아이들이다.

 궁전을 마지막으로 기차는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데 기차 안에는 아리퐁과 아리코만 남았다. 아리코는 백화점에 간식 공장에서 만든 개미 간식 상자를 배달만 하고 다시 기차에 타고 아리퐁과 함께 돌아간다. 작가는 아리코가 아리퐁의 제일 친한 친구라고 했지만 이건 일도 하고 썸도 타는 일석 이조의 직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이들은 이런 생각 안 하겠지?

책을 다 읽고 나니 앙증맞은 개미들이 눈에 아른거려 이제 개미에게 물린 자리가 가려워서 벅벅 긁게 되더라도 예전처럼 개미를 욕할지 못할 것 같다. 개미들의 생활을 아기자기한 그림체로 관찰하면서 온천 미로도 찾아보고, 북커버에 있는 작가의 서비스 같은 숨은 그림 찾기도 하는 다양한 재미가 있는 책이다. 그림 보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도 추천, 책 보는 걸 즐기지 않는 아이들도 미로 찾기와 숨은 그림 찾기 하는 재미로 볼 수 있어 추천, 아이와 함께 책을 보며 놀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추천, 개미의 생태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어 실사 곤충 그림에 거부감 있는 아이들에게도 추천, 그 외 앙증맞은 개미에게 관심있는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 나라에 처음 출판되는 오이 준코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다른 책들도 더 출판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일본 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서점에 들러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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