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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은 가볍지만 깊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이자, 힐링서, 치유서를 들고 왔답니다. 요즘 항상 괜찮다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에게 위로의 한마디를 못 건네는 현대인들이 참 많은 슬픈 현실에... 꼭 읽어야할 책이 아닐까 싶답니다.
시작은 레이먼드 카버의 '나의 까마귀'의 한 인용구로 시작되네요. 처음엔, 이 구절이 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무슨 서막을 알리는 것일까 의아했는데요.저자는 이 글을 보며 고작 가지에 잠깐동안 머물렀다가 날아가버린 새 한마리처럼 아무것도 묘사할 만한 건덕지가 없는 사람일지도 몰랐던 본인이, 여행 중에 새장에 갇힌 새 한마리에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후 날려버린 사건을 상기한 모양입니다. 그 새와 저자 사이에 있었던 일을 글로 적게 되었고, 그 결과로 나온 이 책이 독자에게 본인의 걱정을 안고 날아가 버린 새의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머리가 시작되네요.
무엇보다 저자는 "당신, 참 애썼다" 라는 말을 독자들에게 하고 싶어 이 에세이를 쓰게 되었는데요,
거꾸로 정희재 작가님이 가장 이 말을 듣고싶 었기에 독자들에게 더더욱 들려주고 싶은 마음을 담으셨네요. 그리하여 31가지 위로의 이야기가 한 권에 담겼습니다.목차만 읽어도 위로가 될 정도였어요.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했던 순간에도 어쩌면 너무도 듣고 싶었던 말들이 모두 담겨있지요.
일상 속에서 충분히 자주 겪는 상황들, 그러나 언제 마주쳐도 애매한 상황들에 대해 조곤조곤 해결책을 말해주며 풀어나가는 방식이 좋았어요. 마치 밤 11시쯤에 라디오를 켰는데, 차분한 음성의 라디오 DJ가 "괜찮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 이럴 땐 이런 방식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상황엔 이런 마음가짐이 좋지 않을까요?, 이럴 땐 이렇게 말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정말 편안하게 읽혔어요.
그 중 '부탁'과 '거절'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는데요. 부탁을 받으면 보통 난처해지기 마련인데, 거꾸로 생각하면 상대가 판단하기에 내가 해결을 해줄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요청하는 것이며, 내가 지닌 것을 값지게 쓸 수 있는 행복해지는 길 중에 하나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죠. 부탁을 들어줌으로써 나도 행복하고 상대도 행복하다면, 아니 내 행복이 조금 약화되더라도 그것은 들어주는 편이 좋지만, 수락은 했지만 영 내 행복이 없어지고 불행하다 느낀다면 오히려 관계를 망치는 길이므로 거절하는 편이 좋다는 뼈있는 조언까지 마음에 새길 수 있었어요, 그리고 부탁이라는 것이 꼭 도움을 요청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가진 고민, 상대가 가진 고민을 서로 털어놓음으로써 소통하는 하나의 매커니즘으로 작용한다는 것. 사실은 조금만 생각을 전환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일이지요 .
몽골의 유목민 이야기와 사랑을 엮은 글도 재미있었어요. 아이가 무엇인가를 갖고 싶다고 떼쓸 때 몽골의 유목민들은 손바닥을 깨물어보라고 말한대요. 실은 절대 깨물어지지 않지만 마치 손바닥이 물릴 것 같은 느낌에 분투하며 깨물어보려고 하죠. 사랑 또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이지만, 본래 사랑이란 서로의 손바닥을 깨물며 쟁취하기보다는 마주 잡는 것! 이미 머릿 속으로는 충분히 알고있고, 이해할 수 있는 말들인데 구구절절 이해시키려고 설명하는 글보다는 이렇게 짧지만 임팩트 있는 짤막한 스토리를 인용해 잔잔한 깨달음과 마음의 울림을 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어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답니다.
중독과 외로움을 엮은 부분은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인데요. 실은 중독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의 공허감과 불안에서 오는데 우리는 끊임없이 그것을 잊기 위해 무엇인가 흠뻑 빠질만한 것을 갈구한다는 것이죠. 즉 본질은 외로움에 있습니다. 너무나 외롭기에 자꾸만 다른 것으로 그 외로움을 채워보려하고, 그래도 채워지지 않아 더더욱 달래보려고 더욱 더 빠져들게 되면서 몰입의 경지를 지나 중독에 이르르죠. 실은 외로움은 세상의 핵심 비밀처럼 모든 행위의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저자는 치즈가 빨래비누 맛이 나는 것 조차 치즈가 외롭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를 실었을 정도니까요. 장난삼아 한 말놀이지만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현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지독한 중독에 빠지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여기서 중독과 몰입의 차이가 중요해지지요.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자신에 대한 사랑 유무'에 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어떤 일에 지독하게 빠짐으로써 자신의 모습을 더욱 황폐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중독이지요. 저 또한 온갖 중독을 앓고 있어요. 커피중독, 스마트폰중독, 탄수화물중독? 등등! 이 모든 것이 자신에 대한 사랑과 연결되느냐 묻는다면 그렇지 않는다는 부끄러운 대답밖에 못하겠네요. 책을 통해 한번 더 내가 내 자신을 갉아먹는 중독에서 벗어나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네요
그리고 힘들 때 저는 제 자신에게 던져볼 질문을 한번 바꿔볼까 합니다. 어느 아메리카 원주민 치유사처럼요.
"마지막으로 노래불렀을 때가 언제지요?" 이 질문에는 노래부를 수 있는 에너지 = 심신에 별 탈이 없다 는 공식이 숨어져 있죠. 이 부분에서 독자들은 각자 마지막으로 노래불렀던 나날들을 떠올리며 나의 심신 상태를 체크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겠네요.
영화 사랑 후의 남겨진 것을 속 대사처럼 우리의 삶은 늘 특별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는 인생에 딱 하루가 남았다고 해도 늘 하던대로 출근하고 퇴근하는 똑같은 일상을 살게 되겠지요.그렇기에 일상 속 작은 행복, 일상 속 작은 위로가 오히려 일확천금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네요. 느림과 텅빔, 이 두 가지로 마음을 쉬어보고, 그래도 쉬어지지 않는다면 정성스럽게 요리한 음식을 먹고 푹 자버리라는 멋진 글! 즉 단조로운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도 평범한 일상의 행복으로 풀어버리는 것이 삶을 현명하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요? 어쩌면 그것이 우리 모두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자,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