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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울 것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 삶과 일상 속 자연스럽고 솔직한 에세이! >
먼저 작가님 소개를 안할 수 없겠네요. 임경선 작가님은 활발한 작품 활동은 물론, 라디오, TV, 강연 등의 영역에서도 거침없는 활동을 하고 계신 작가님으로 이미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계심은 물론,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라 굳이 제가 소개를 드린다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지만요. (저는 이번 에세이가 작가님과의 첫만남이라서요) 평범한 커리어우먼이었던 그녀는 무려 십이년간의 직장생활을 청산하시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13년째라고 하십니다. 그야말로 전업 작가이시죠. 장편소설, 에세이, 칼럼 등 다양한 장르에서 글을 쓰시면서 글쓰고, 책내는 일을 멈추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분이지만, 시종일관 책을 읽으면서 직업에 대한 지독한 애증을 갖고있음이 느껴졌어요. 그럼에도 본인이 잘 하는 일, 그리고 남들이 인정해주는 일을 강산이 변하고도 남는 십년 넘는 세월동안 영위하고 계시는 것을 보면 실력도 운도 노력도 인성도 고루 갖춘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런 그녀의 따끈따끈한 신작은 "자유"에 대한 에세이랍니다. 제목에서 풍기던 첫인상은 결코 일상스럽지 않겠다는 느낌?이었어요. 왜냐하면 정치철학적인 자유가 아닌, 제가 정의하는 자유는 일탈로써 발생하는 해방에 가까웠거든요.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삶과 일상 그 자체였습니다. 그야말로 살아가다가 이따금 불현듯 생각난 추억에 대한 소소한 글 모음이랄까요.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자유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중한 가치라고 보았으므로 삶과 일상과 떼놓을 수 없는 개념으로써의 자유로움을 덤덤하게 글에 녹여내었답니다. 목차만 보아도 무겁고 따분한 주제가 아닌, 자연스러운 본인의 일상 자체를 담았다는 따듯한 느낌이 든답니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고 계시다보니 글을 쓰며 느낀 보람, 환멸, 욕심, 아쉬움 등의 복잡다양한 심경을 표현하는 데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합니다. 특히 장편소설 쓰기에 대한 언급한 부분을 읽으면서는 마치 저도 함께 마라톤을 하는 양 진이 다 빠지는 느낌을 경험했지요. 어쩌면 마라톤보다 더 고단한 여정이라고 불러도 무색하지 않을만큼 장편소설을 쓴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끝을 향한 항해같아요. 신대륙이 나올 때까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 신대륙을 발견할 때까지는 결코 멈출 수 없는 것, 멈춘다면 시작하지 않은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여정이지요. 그렇게 쉬지 않고 써내려가 기어코 마무리된 그 소설은 그렇다고 완벽하지도 않습니다. 마치 이윽고 발견한 신대륙이 황망한 것처럼요. 초안을 다시금 몇번이고 읽고, 수정하는 작업을 통해 드디어 작품이 완성되면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힘들게 완성되었단들 독자의 바구니에 들리느냐 마느냐는 창작의 고뇌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니까요. 물론 이책을 접하기 전에도 소설가는 배고픈 직업이다, 창작예술은 힘들다는 말을 익히 들었지만 읽으면서 더욱 뼈저리게 느꼈네요. 정말 이 나라에서, 아니 그냥 이 세상에서 소설가로서 생계를 유지하며 산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것을 넘어 선택을 받은 자의 영역임을요! 그럼에도 제가 모르는 빠져나올 수 없는 글쓰기의 묘한 맛이 있는 것일까요? 그렇게 고통스러운 창작과 출간 과정을 겪고 나면 다시는 펜 잡기가 싫을 것 같은데 임작가님은 마치 출산의 고통을 망각하여 다시금 아이를 갖게 되는 것 처럼 다음에 쓰게 될 소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
중간중간 다른 작가의 좋은 작품들을 언급해주시는 것도 참 좋았어요. 물론 책은 본인의 직관으로 끌리는 것을 골라야한다지만, 저같은 선택장애들은 이 작품은 어떤 점이 좋다더라~ 라고 간략하게만 귀띰해줘도 고르는 데 매우 요긴한 정보가 되거든요 :)
솔직함을 말하는 부분에서 이석원, 장강명 작가를 언급하셨는데 임경선 작가도 정말 한 솔직한다는 생각이 멈추질 않더군요. 결혼 전 남편의 직장동료를 만났다는 에피소드도 솔직담백하게 풀어내시고! ㅎㅎ
에세이를 잘 쓰려면 저자도 강연에서 엉겁결에 대답했듯이 "에세이 쓰는 사람 자체에 매력이 많아야" 하는데 엉겁결에 대답한 것 치고는 정말 명답이었네요. 말마따나 그녀의 솔직한 매력 덕분에 얇은 이 책한권이 매우 풍성하게 느껴졌던 것 같거든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작가소개만 보았을 때 저는 어떻게 하면 13년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글을 쓰는 일로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는데요. 읽으면 읽을 수록 그럴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비판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작품을 만들어 낼려는 끈기와 편집자를 진심으로 파트너로 대하고 존중하는 겸손함까지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답니다. 편집자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않고 결코 두껍지 않은 전체 분량의 일부를 편집자에 대한 태도로 채운 부분은 의외로(?) 제겐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 중에 하나였어요.
또 하나의 인상깊었던 양자택일 부분. 이 부분은 점점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는 제 자신에게 굉장한 위로가 되더군요. 새로운 일을 앞두고 두려움이 들 때 아무튼 간에 확실한 것은 실제로 경험해보는 것 말고는 결코 그 적성도를 알 방법이 없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어던 형태로든 무리를 해야 기회가 열린다는 것! 나이가 들 수록 편하고 익숙한 것에 안주하는 것, 새로 도전하지 않는 것, 무리하지 않는 것에 치우치게 되는 제 자신을 발견하며 한편으로는 씁쓸한 안도감, 한편으로는 자괴감이 들곤 했는데요. 작가님의 말대로 '지금의 나'라고 단정짓던 그 수준을 뛰어 넘어 지금의 나보다 더 나아져야겠다는 다짐을 했던 순간이었어요
덤덤하고 솔직한 문체, 어쩔 때는 강단있고 공격적인 여전사같은 분위기를 내다가도 어쩔 때는 인간의 허를 찌르는 유쾌함을 지닌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있다가 막바지에 그녀가 글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서술한 부분에서는 정말이지 '깜놀'했답니다. 갑상선암의 잦은 재발로 몸이 많이 쇠해있었고, 체력이 완전히 고갈된 상태였기에 더이상의 직장생활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먹고살길을 모색하다보니 직업으로써의 글을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 외교관인 부모님 밑에서 다양한 문화를 접촉하고, 외국에서 공부하며 씩씩하게 자랐을 것 같은 그녀가 솔직하게 털어놓은 펜을 잡게 된 이유를 읽으며 그 계기 또한 솔직담백한 그녀답다! 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렇게 13년을 글쟁이로 달려왔고, 다시 회사원으로 돌아가기에는 지금은 늦기도 늦었거니와, 너무나도 작가업을 매우 잘 소화해내고 있는 임작가님께 유통기한을 의식말고, 마지막 책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처럼 담담하게 솔직하게 유쾌하게 용기있게 글을 써주시길 바란다는 응원의 말로 서평을 마무리하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