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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사카이 준코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마지막까지 혼자여도 괜찮다!
오늘은 저도 매우 오랜만에 읽어보는 일본 작가의 에세이 리뷰네요
고양이 한마리와 여성이 그려진 표지, 다 읽고보니 아마 작가 자신을 표현한 그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양이도 여자도 둘다 미소를 짓고있는 것을 보니 서로의 삶이 만족스러운 것 같습니다. 표지가 보여주듯, 중년이지만 싱글인,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출산하지 않았고, 하지만 본인의 삶을 용기있고 씩씩하게? 아니 그저 묵묵히 걷고 있는 평범한 일본 여성의 이야기랍니다 .
마지막가는 길까지 아이 없이 혼자가도 괜찮음을 덤덤히 말해주고 있는 책,
일본에서 일본인 작가에 의해 출간된 책이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매우 흡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저자 사카이 준코는 문예상 및 에세이상을 받은 바 있고, 이번에 신작을 냄으로써 자녀의 유무로 행복을 재단하는 시선에 반기를 들었지요. 사카이 준코의 작품은 처음인데, 무척 기대되었습니다!
결혼, 임신, 출산과 관련된 주제를 하나씩 하나씩 짚는 형태의 에세이며, 목차를 보시면 알겠지만 아이없이 혼자. 죽는 쓸쓸함이라는 차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다루고 있어요.
저자가 펜을 잡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고령자가 많아지고, 고령자 중에 출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야말로 홀몸 노인이 대량 발생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데 이 시대를 어떻게 맞이하고 살아가야 할 지 생각하려고 썼다고 합니다.
현 일본의 출산율은 1.26으로 한국보다 낮거나 혹은 한국과 별반 큰 차이 없는 비율이라고 볼 수 있어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치만! 높이려고 별의 별 주장이 나오기 시작하죠. 이를테면 여성은 아이를 낳으면 일을 하지 말고 양육에 전념하라, 여자는 애낳는 기계 등등의 발언이 유명인 입에서 나오기 시작합니다. 옆나라 얘기지만 충격적인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우리나라에도 그러한 사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그것을 저렇게 발설하기도 하며, 혹은 발설하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나타내기도 하니까요.
저자는 여자 = 출산필수 = 양육전념= 전업주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즉 우익적인 양육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특성을 잘 살펴보면 전업주부들이 대부분 특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날카로운 지적을 하는가하면, 외국의 사례를 들어 반기를 들기도 합니다. 외국의 경우 집안일과 육아를 남성과 분담하고, 제도적으로는 육아와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는 출산율 저하를 저지했다는 증거를 들어 그들의 논리가 전혀 맞지 않음을 반증하는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물론, 앞으로 더더욱 극단적 저출산에 대한 우익적 발언이 심해질 것임을 덤덤히 인정하지만
적어도! 아이를 낳지 않으면 여자가 아니란 생각이 팽배한 사회는 안 되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치고 있답니다.
더욱 재미있게 읽는 법은, 우리나라의 상황과 계속 비교하는 것입니다.마침 저자도 한국을 주시하고 있었는지 한국의 현실도 실어주었는데요, 이는 짧은 언급이었지만 매우 날카롭고 명확한 지적이기에 많은 공감이 되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대에 결혼해서 30대엔 아이 둘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하였고, 이러한 분명한 슬로건을 제시했음에도 저출산에서 탈피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는데 저자의 분석에 의하면 그 이유는 “왜 출산을 해야만 하는지 분명하게 대답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하지 않는 한 수치만으로 사람들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다” 이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그저 이러한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방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바로, SNS을 이용해 가까운 친구가 결혼해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초조함과 조바심을 자아내는 것이지요. 이러한 방법은 실은, 국가도 가족도 그 누구도 낳으라고 강조하지 않고도 스스로가 낳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하는 방법이기에 적어도 위에 왜 낳아야 하는지 이유를 적지 않은 한국의 슬로건 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해결책으로는 티비 방송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육아예능이 히트를 친 것 처럼, 일본에서도 '대가족'의 모습을 보여준 방송이 히트를 쳤나봅니다. 그러나 매일매일 정신없고 서로 지지고 볶는 대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딸린 식구없이 편안하게 혼자, 혹은 둘이 사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더 우세해지는 반작용이 일어났나봅니다. 그래서 저자는 극단적인 대가족이 아닌 일반적인 대가족의 모습을 노출해보자는 제안을 하지요. 아마 방송을 이용한 해결은 우리나라가 더 나았다는 생각은 해봅니다. 적어도 많은 사람들에게 슈돌이나 아어가같은 프로그램은 사랑받았고, 저 맛에 아이를 키우는구나! 하는 귀엽구나! 하는 인식을 주었다고 평가되었으니까요 :)
나를 위해 살기도 벅찬 세상입니다. 애가 없어도 짝이 없어도 담담하게 살아가기도 벅찬 세상이 왔는걸요. 작가는 심지어 키우던 선인장도 말려 죽였다고 했지요. 그런 그녀가 해주는 조언들도 덤덤하고 정말 쏘 쿨~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죽음이 끝이다라고 심플하게 생각할 수 있는 특권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나의 죽음 뒤 나의 장례를 케어해 줄 후손까지 걱정할 일은 없어지니까요!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임기 여성지도를 정부에서 공개해 큰 논란을 빚은 적이 있는데요, 이렇게 그저 수치에 연연하여 무작정 높이려는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는 현 시대에 사카이 준코의 에세이는 작은 힌트가 될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