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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 당선작
금태현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평점 :
코피노 클리셰를 벗어나 담담하게 쓰여진 한 코피노 청년의 이야기!
창작과비평사 창립 50주년을 맞아 열린 장편소설 특별공모 당선작인
금태현 작가의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이라는 작품은 표지에서부터 어딘가 내면의 아픔을
가진 것 같은 주인공이 등장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답니다.
좋은 책을 내기로 유명하고 역사 깊은 출판사 창비에서 나온 당선작이니만큼
읽기 전부터 기대가 많이 되었던 소설이었지요. 그리고 여지껏 접해보지 않은 '코피노'를 주인공 삼아 다룬 소설이라니 더욱 기대가
되면서도, 스토리가 궁금했답니다.
먼저 작가소개를 하자면 금태현 작가님으로 "소설을 쓰고 있지 않으면 몹시 불안"하실 만큼 언제나 소설쓰기에 주력하신다고 해요. 십년 이상을 어떠한 문학 스터디 혹은 문인
모임에 나가본 적 없이 도서관에서 홀로 글을 쓰시며 언젠가는 작가가 되리라 스스로 믿고 묵묵히 글을 써오신 금태현 작가님. 그래서 그런가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인데 이렇게
오랜세월 꿋꿋이 소설을 쓰신 작가님이라 필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짧지만 강렬하고 명확한 문체가 개인적으로 참
읽기에 좋았답니다.
본격적으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최대한 스포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보통 코피노를 떠올리면 아버지로부터 버려진, 우울한, 암울한, 가난한, 정체성의 부재에 시달리는... 그런 불우한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죠. 그리고 코피노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부터
혹시,아버지를 찾아 한국으로 가는 내용이 아닐까하는 예상이 들기 마련이죠.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러한 뻔한 클리셰를 벗어나는
것이 매력이랍니다.
이를테면 주인공 하퍼(마침 이름도 Halfer를 떠올리게 하는데요)라는 코피노 청년은 주로 실패 혹은 실수로
끝나는 우스운 영상들을 훔쳐다가 방문객 수를 늘려 돈을 벌곤 합니다. 즉 네티즌들의 클릭을 유도해 수익을 내는 아이이죠. 탑3에 든 영상 제목만 해도 웃음을 자아내는 타이틀임을
알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되게 신기했던 것이 작가 나이에 비해 영상을 훔쳐다가
돈을 버는 과정, 수익구조가 비교적 자세히 묘사했다는 것인데요. 아니나 다를까 저자가 주인공처럼 유튜브에 동영상을
제공하는 유투버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더군요. 또한 독립영화사를 차린 경험도 있으시대요! 역시 경험만큼 생생한 이야기의 재료는 없는
것 같아요!
코피노의 전형적 고정관념 혹은 편견섞인 이미지를 대차게 깨뜨리는 인상깊은
장면이 바로 하퍼가 십대부터 입에서 살살 녹는 참치맛을 알았다는 것, JTV의 오너인 박사장의 분부대로 샤부, 즉 마약을 심부름하면서 가난따위 코웃음치듯
살았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보통 코피노라 하면 필리피노 엄마와 그녀를 버리고 한국으로 떠나버린
한국인 아버지 전형을 떠올리기 십상인데 하퍼의 경우는 그런 클리셰를 벗어나 희귀한 위장병에 걸려 돌아가신 아버지와 일본 노인과 결혼해 일본에서
거주하는 어머니를 두고 있답니다.
아무튼 그렇게 하퍼는 영상을 팔아 남기는 수익으로 연상의 한국인 누나와 세부섬에서
함께 살고 있죠.
그런와중에 이야기의 전개가 빨라지는 부분이 베렌이라는 여자의 등장이랍니다. 미인대회 출신의 예쁜 미모를 가진 베렌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도중 같이 있었던 한국남자가 자살했고 거액의 돈이 그 다음날 베렌의 통장에 꽂히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박사장-하퍼-베렌의 복잡한 관계와 베렌-하퍼 간의 미묘하게 얽힌 감정들이 전개를 더욱
생생하고 흥미롭게 만들어 준답니다.로맨스는 전개되지 않을 것 같은 밑바닥 세계의 쫓고 쫓기는 내용 속에서도 베렌과 함께 엄마가 있는 일본으로
갔고 그곳에서 사랑을 꽃피우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부로 돌아가면 프로포즈해서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구를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는 평화롭고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입국 과정에서
마약 운반범으로 체포되어 교도소 신세를 지게 되는 주인공 하퍼...
절망적인 상황의 교도소에서 Marry
you라는 음악을 머릿속에
계속 도네이며 프로포즈를 하는 상상을 하는 상황은 왠지 무거우면서도 또 무거움을 가볍게 훌훌 털기라도 하듯 씁쓸한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며 마무리
됩니다.
'marry you~'라는 노래가 울려펴지는 망고스퀘어 중앙에 서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서서히 책을 덮었답니다. 결코 순탄치 않은 청년 코피노의 삶을 덤덤한 목소리로 풀어낸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도 했고 여행을 하는 듯도
했으며 문화를 체험하는 듯도 했던 흥미요소가 많았던 장편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