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한가운데서
나다니엘 필브릭 지음, 한영탁 옮김 / 중심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바다 한가운데서 그들은 거대한 향유고래에 의해 조난을 당한다.한순간 그들은 생존의 가장 극단으로 내몰리게 된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이 그들에게 시작된 것이다. 소설의 이 부분에서 부터 독자는 그들의 삶을 향한 끝없는 본능과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생생히 전달받게 된다. 삶에 대한 처절한 본능은 다만 인간이외의 동물에게만 있는것이 아니므로.

그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극도로 한정된 식량이었을까? 아니면 끝을 알 수 없는 조난에서 오는 두려움이었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그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가혹한 운명은 사회적 관습과 제도, 그리고 생존에 대한 본능 사이에서 생기게 되는 갈등이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식인 풍습은 용납되어질수 사회적 금기 사항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삶의 대한 처절한 본능은 그들의 사회적 관습을 지속시키는 것을 거부하고 말았다. 굶주림의 고통, 구조에 대한 회의 보다도 더욱더 그들을 괴롭게 한것은 그들 동료의 살을 먹고 골수를 마시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 갈등 속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제도에 의한 인간의 사고의 경직화는 극단으로 몰린 상황 속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들이 사체를 식량으로 사용해야 되겠다는 사고의 전환은 흑인 생존자의 죽음으로부터 비롯된다. 세계인권선언 아래 살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선 '그 상황속에서도...'라는 탄식을 불러 일으킬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 제도-노예제, 노예소유제-의 잔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그들의 사고를 욕할 수는 없지 아니하겠는가? 중요한 건 앞서 말한 '제도에 의한 사고의 경직화'가 인간에게 얼마나 강력한 행위의 제약을 가하는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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