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혼 오로라 - 천체사진가 권오철이 기록한 오로라의 모든 것
권오철 글.사진, 이태형 감수 / 씨네21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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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방구석 여행러와 사진 똥손을 위한 완벽한 오로라 여행 안내서

여행을 좋아하지만 선뜻 나서기를 두려워하는 편이다. 계획을 세우기도, 두려움을 깨고 나가기도, 낯선 곳에서 변수를 만나기도 아직은 두려운데 언제 이렇게 나이는 먹었대. 그러다보니 물개박수를 장전하고 J들의 뒤를 졸졸 쫓아다닌 게 여행의 전부라, 슬슬 혼여행이라는 알을 깨고 나가봐야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생각만 하고 있어서 지금도 모처럼 맞은 휴식기에 모처럼 쉬니까 왜 이렇게 자꾸만 퍼지냐면서 방구석에서 지친 몸을 휴식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래도 하루 저래도 하루인데 이러고 있으니까 정말 시간이 덧없고 빠르다. 빨리 여행 알을 깨고 싶다.

한동안 삶이 너무나도 부쳤다. 연달아 일어나는 생각보다 큰 스케일의 일들과, 그것을 맨몸으로 버텨나가는 날들과, 그렇게 에너지를 총동원하고 있음에도 썩 가성비가 좋지 못했던 삶과, 그래서 그 억센 길을 잠시라도 탈선하고 싶음에도 그러지 못하고 냅다 달려야했던 날들. 힘들긴 한데 멈출 용기가 없다는 것은, 견딜만한 지옥이라는 것은. 여행의 짬을 생각하지 못하게 했었다. 너무 낡고 닳은 정신과 육체가 미처 생각해내지 못한 여행을 새로 짤 틈도 없이 널부러져버렸으니까.

그러다가 문득,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표지부터 강렬하게, 가능한 멀리서 보아야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오로라를, 일부러 보러 가도 보기 힘들다는 그 오로라를, 헐레벌떡 찍으려고 해도 보는 것처럼은 도통 사진이 나오지 않아서 절망하게되는 그 오로라를 너무 예쁜 각도에서 광활하고 아름답게 찍은 표지를 보면서 가슴이 웅장해졌다. 책은 크게 이런 오로라를 찍은 사진들과, 오로라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지식과 정보들로 구성되어있다. 뭔가 오로라에 진심인 덕후의 족보를 받은 기분이랄까. 한 면을 가득 차지한, 혹은 180도로 쫙 펴지는 양장본의 양쪽면을 가득 메운 오로라 사진의 웅장함을 보고 있자면 이거 어떻게 하면 볼 수 있지? 어떻게 하면 실패 없이 잘 보고 잘 찍을 수 있지? 우리 나라에서는 볼 수 없나? 이런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인데 어떻게 알고 시원하게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 써주신 공대 출신 작가님...! 사진에서도 왠지 공대 출신의 짬바가 느껴지는(공대인들은 외계인이 잡아다 고문하면 뭐든 만들어낸다고 하는 그런 엄청난 사람들이니까..) 스케일이 크면서도 정밀한 느낌의 사진들이 가슴을 웅장하게 하면서도 한편 옆에서 이거 보려면~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친구가 한 명 앉아있는 거 같은 그런 구성의 책인데다가 설명도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서 꽤 재밌게 읽었다.

게다가 참 신기한 게, 작년에 학교에서 천체관측회를 할 때 신나게 따라 올라가서 별의 모양을 보고 신기해하고 있자니, 사실 과학책에서 본 것보다 작고 불완전한 모양이었지만 내가 본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찍어보려고 애쓰고, 역시 카메라는 사람 눈을 못 따라온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어떻게 알고 오로라를 스마트폰~카메라 등의 장비를 사용해 사진으로 남기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어떻게 아셨어요. 제 마음? 언젠가 오로라를 보러 가게 되면, 눈에만큼 안 담기는 사진이라고 투덜대면서도 그 웅장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볼 엄두가 날 것 같고 또 이를 응용해서 다른 자연현상들도 담아볼 수 있을 거 같아서 나는 특히 3장이 너무너무 유용했다.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나서, 혹은 여건이 안 돼서 발이 묶인 방구석여행러들에게, 혹은 언젠가 꼭! 떠나리라는 마음을 먹었는데 뭐부터 준비하고 어디서부터 생각해봐야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잠재적 여행러들에게, 답답한 현실을 피해 자연의 사진을 마음껏 보고 중간중간 생기는 궁금증도 해결하고 싶은 탐구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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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조금만 -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이충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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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실존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인터뷰집

최근에 지리한 나의 삶의 문체를 벗어나보고자 타인의 삶들을 상상해본 일이 있다. 반짝거리고 번쩍거리는 타인의 삶들을 기웃거리면서, 아마 처음 시작은 비슷했을 텐데, 아닌가? 태생부터 다른가? 하는 생각을 오가며 화려한 공작새 꼬리처럼, 부채의 선면과 같이 펼쳐져있는 타인의 삶을 기웃거렸다. 그런데 늘 그렇듯, 타인의 삶은 표면과 결과로만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까지 와있는 그들의 겉면을 마주하는 일은 꽤나 버거운 일이었다. 엄두도 나지 않는 일. 아주 평범해보이는 많은 사람들의 삶들조차 저마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 꽤 많은 시련들을 어쩌다보니 이겨내왔고, 그렇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기엔 너무나 아까운 빛나는 현재들을 살고 있는 것이었다. 그 승리의 결과물로 이루어진 반짝거리는 현재.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삶은, 그 변수들을 모두 알고 있다고 해도 감히 흉내내지 못하는 지문과 같은 것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보기에 나의 삶도 그럴까?

인생과 드라마, 소설의 공통점이라면 그럴싸하면서도 말도 안된다는 점이다. 드라마나 소설보다는 그래도 인생이 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삶은 그렇게 말이 되는 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인생은 드라마나 소설보다 더 흥미롭고 더 말도 안 되는 일들로 가득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이뤄낸 개연성이 한 사람의 고유한 인생을 만들고, 그의 문체를 만들어낸다. 그것의 현재값이 현재 당신이 보는 그들, 그리고 당신의 모습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누구의 삶이나 말도 안되는 거라면, 그 값이 더 빛나고 큰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래서 탐색했다 그렇게 되는 길에 대해서. 그리고 알았다. 내가 그럴 수 있음과 그러고 싶음을 확실히 구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보다 뚜렷하고 확실하게 그리는 모습이 있고, 그런 부분에서는 옆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 알을 깨고 나갈 생각이 없었고 그런 성향이 이런 나의 문체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을. 그것이 내가 쓰고 있는 소설이 지리멸렬한 이유라는 사실을. 그러나 대기권을 뚫고나가는 압력을 견딜 힘이 지금은 좀 바닥나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어쩌면 여전히 나는 호시탐탐 내 문체를 바꿔나갈 채비를 할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런 찰나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시대를 대표하는 각 분야의 셀럽이라고 할 수 있는 11명의 인터뷰집인 이 책에는 육성으로 와!하고 소리를 지를 만큼 반가운 사람도 있고 혹은 인터뷰를 견디며 읽어야 할 사람도 있었다. 최근에 이슬아 인터뷰집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찰나라 인터뷰집이라는 장르가 흥미롭기도 했고, 인터뷰나 통계처럼 시행자의 시선과 방법론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없기에 저자의 스타일도 궁금해 설레며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짧은 소설 11편을 읽은 기분이라 꽤나 흥미롭고 알찼다. 독자와 인터뷰이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도 억지스럽게 질문을 이어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작가가 쓰는 연작 소설 속에 초대된 인기 소설 주인공들을 인터뷰한 느낌이라서 국어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굉장히 신선한 접근이었달까. 인터뷰어가 일방적으로 인터뷰이를 캐내는 방식이 아니라 두 개의 소설이 섞여들어가면서 나오는 새로운 에피소드를 작가의 문체로 정리한 느낌이라서 대상이 엄청난 사람임에 불구하고 부담없이, 그의 삶의 도드라지지 않은 모습들까지도 차분한 소설의 문체로 읽어낼 수 있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문체가 만들어진 재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진짜 재밌는 소설을 보고 나면 왜 그 주인공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이 생기지 않나? 그걸 진짜로 해낸 단편집을 본 느낌. 역시 잡지사 편집장님의 글 답게 꽤나 흥미로운 미용실 잡지느낌이 물씬 나면서도 마냥 가볍지만도 않은 것은 이 책의 찐 매력이다.

특히 강백호, 강유미, 강경화, 차준환의 베스트셀러 문체가 만들어진 과정에 함께할 수 있었다는 점이 나에게는 이 책을 두 번 읽고도 남을 이유였다. 나처럼 타인의 삶을 상상해보고 있는 탈피 중인 사람들에게, 좋안하는 사람들의 문체가 만들어진 과정을 부담없이 따라가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혹은 열 한 편의 실존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인터뷰를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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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미 - 내 이름의 새로운 철자
오드리 로드 지음, 송섬별 옮김 / 디플롯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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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롯 #자미 #오드리로드 #여성 #사랑 #소수자 #서평단

한 줄 평 : 들꽃처럼 흔한 얼굴과 강한 생명력을 가진, 결국은 아름답게 존재해나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서사.

그간 내가 접했던 디플롯의 책들이 자연으로부터, 수학으로부터 발견해낸 사랑의 흔적들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인간 버전의, 지극히 인간적인 사랑의 서사가 펼쳐지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이 책은 디플롯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디플롯이 이야기하는 '사랑의 서사'가 깊고 넓어지는 과정에 함꼐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고 좋았다. 앞으로도 계속 더 그 시리즈 아닌 시리즈들을, 그 역사를 함께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책을 덮으면서 더 마음의 여운처럼 남았다.

오드리로드의 삶은 온갖 소수자의 교집합 안에 있다. 사실 하나만 걸려있어도 스스로 움추러들거나 살아가는 과정에서 핍박받기 쉬운 것들, 사실은 그 존재로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굴레 안에서 스스로를 숨기거나 구겨 넣게 하거나 사실은 괜찮은 것을 안 괜찮게 생각해서 필사적으로 매달려야만 하게끔 만드는 그런 것. 그녀는 그 모든 핍박과 압박 속에서 비뚤어지거나 타락하거나 자신을 숨기거나 구겨넣지 않고, #권김현영 선생님의 추천사처럼 '자신을 죽이지 않으면서 우리를 다시 짓는 방법'으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있는 그대로를 긍정하는 삶의 표본 그 자체를 보여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그래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정말로 자세하고 내밀하고 풍성하게, 자신의 삶을 통해서 한 장 한 장 쌓아올린 삶들의 순간들은 순간순간이 소중한 문장들이라 함부로 추려내기가 쉽지 않았다. 요즘 들어서 크게 된 사람들, 결국은 자신의 삶을 우뚝 세운 사람들의 단면들을 찾아보게 되는데, 그 단면들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를 만들어낸 순간들이 마치 파이의 겹겹처럼 쌓여서 바삭하고 맛있는 파이 한 개를 만들어냈듯이 이 책도 그러했다. 그러니 읽어보시라고 말할 수밖에.

오드리로드의 서사를 보면서 문득 #레슨인케미스트리 가 생각났다. 확실히 지금보다도 더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았을 때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앞으로 앞으로 진보해나가는 지금도 소수자의 이야기들은 그저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투쟁으로 투쟁으로 쟁취해가야할 영역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그런 움직임들이 막 태동하던 시기인 1940년대를 살아가던 그녀의 삶이 막막함 앞에서 좌절되지 않고, 투쟁만으로 점철되어 지쳐쓰러지지도 않으며 마치 그 자리에서 비바람을 이기며 짓밟혀도 다시 피어나는 숱한 들꽃마냥 함께 핍박 받는 '자매들'과의 관계 속에서, 소수자라는 이유로 고립되기보다는 다양한 자매들에게 내밀 수 있는 손이 많은 천수보살과 같이 더욱 풍성하게 손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더 풍성한 사랑으로 함께 버티고 견뎌내는 사랑으로 함께 살아내기를 택한 그녀의 삶이 아주 평범하게 쌓아올려져왔다는 사실을 그녀가 겪어왔던 고통의 서사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함으로써 놀라울만큼 잔잔하게 전해주고 있다는 것이 마음 속에 웅장하게 다가왔다. 어쨌든 사랑은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

이것은 소수자 여성의 생존기이지만 처절하지가 않다. 인간극장이나 다큐삼일 같은 따뜻함이 살아있는, 그러나 스케일이 비교할 수 없이 큰 사랑의 서사로 우리 안의 많은 소수자성들을 관계의 매개로 삼아 연대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게 하는 이야기다. 생존과 연대가 버거운 사람들,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소수자성에 스스로를 가두고 작아져온 많은 사람들에게, 이 따뜻한 존재의 서사를 함께 읽어보자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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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 영화 한 컷과 맥주 한 모금의 만남
김효정 지음 / 싱긋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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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유서가 #교유서가서포터즈 #보가트가사랑할뻔한맥주 #맥주 #영화 #책 영화평론가 #김효정 #도서제공

한 줄 평 : 보가트는 맥주를 사랑할 뻔했지만 나는 이 책을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맥주를 좋아한다. 그런데 맥주를 술로서 좋아한다기보다는 미묘한 일탈로서의 맥주를 좋아한다. 정말 술을 때려먹어야겠다고 생각할 때는 청하나 화요토닉을 즐기는 편이고 오히려 배가 빨리 불러버리는 맥주는 피하는 편이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나 여행을 가고 싶은데 쫄보라 두려워서 혹은 발이 묶여 멀리 갈 수 없을 때 잠시나마 나를 일상에서 빗겨나게 해주는 매개체로서의 맥주를 사랑한다. 그래서 세계 맥주를 편의점만 가도 만날 수 있는 요즘 세상이 좋다. 우리 나라 랜드마크 이름을 붙인 맥주부터 세계 각국의 맥주를 맛보고 있자면 어렴풋하게 알지 못하는 장소의 향기를 맡는 듯한 기묘한 느낌이 든다. 이름의 힘인 것일까. 여기서 좀 더 나아가 그 자리에 앉아보고 싶은 날에는 힙한 수제맥주 집에 가서 혼술을 한다. 낯익은 펍에서 낯익은 맥주를 마시면 터줏대감으로 오래 살아온 동네의 익숙한 동네 주민이 된 기분이, 낯익은 펍에서 낯선 맥주를 마시면 익숙한 동네의 새로운 아지트를 찾은 기분이,낯선 펍에서 낯익은 맥주를 마시면 타지에서 고향의 맛을 만난 기분이, 낯선 펍에서 낯선 맥주를 마시면 새로운 여행지에서 낯선 문화를 만난 기분이 든다.내게 맥주는 보고 마시며 느끼는 행위를 통해 다른 세계로 연결되는 문인 것이다.

사실 그럼에도 나는 맥주 냉장고 앞에 서면 늘고민한다. 아는 맛과 알지 못하는 맛 사이에서 고민하고, 그 맛이 어쩌면 내게 줄 실망이 두려워 망설인다. 사실은 맥주를 골라 마시기 시작한 역사가 짧아 취향이랄 것이 딱 정립되지 못한 것도 문제고, 그것이 정립되어 갈수록 고이는 것도 문제다. 사실 낯선 펍에서 맥주를 고를 때는 매번 모험과 같은 기분이다. 그런 고민의 시간들에 얕은 리뷰나 찾아보면서 고민의 시간들을 그저 건너가기보다는 서사를 가진 확고한 나의 취향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했었더라면, 이 책을 보면 눈이 번쩍 뜨일 것 같다. 맥주가 그저 취하기 위해 먹는 술이 아닌 사람들, 맥주를 통해 다른 세상을 넘나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맥주를 통해 문화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맥주와, 여행과, 영화를 엮어준 이 책은 정말 보석 같다. 여행이 뭐 별 건가. 위에 적은 것처럼 먹고 싶은 음식을 찾아서, 펍을 찾아서 다니는 것도 일상 속 소소한 여행이 된다면 이 책은 당신의 맥주타임을 다채로운 여행으로 바꿔줄 책이 될 것이 확실하다. 이 책과 함께라면 집에서 하는 한 캔의 혼맥 시간도 예술의 색깔을 입는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서 한 번, 이렇게 나의 경험을 입혀서 또 한 번. 작가가 먹으러 다녔던 맥주 펍을 지도에 체크하고, 틈나는 대로 찾아가 이 책을 읽으며 마시고 싶다. 벌써 가보고 싶은 맥주 브루잉이 잔뜩 생겼고, 편의점 맥주 냉장고 앞에서서 고민하는 시간의 색깔이 바뀔 것만 같다.

나처럼 맥주가 단순한 알콜 음료가 아니라 여러겹의 삶을 넘나드는 매개체가 되는 사람들에게, 올컬러의 책만으로도 이미 두근대는 맥주 여행을 상상하게 하는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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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욱 교수의 소소한 세계사 - 겹겹의 인물을 통해 본 역사의 이면
조한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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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세계사 #벌거벗은세계사 # 조한욱 #차이나는클라스 #칼럼 #역사칼럼 #도서제공 #교유서가서포터즈

한 줄 평 : 주제별로 흥미로운 역사썰을 쟁여놓고 싶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

나이를 먹다보면 똑같은 1년 365일을 가지고 나이를 먹어왔는데 어떻게 저 사람은 저 많은 걸 다 알고 있지? 싶은 사람들이 있다. 나는 얕은 취향 하나도 갖지 못했는데, 어떻게 와인, 위스키, 커피, 역사, 스포츠에 대한 썰을 저렇게나 다양하게, 많이 갖고 있을까? 싶은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그리고 여전히 어느 쪽으로 먼저 나아가야할지 몰라 나는 여러 갈래 길 한가운데 서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나도 취향이라는 것을 갖고, 멋있게 흥미로운 썰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각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는 채로 n년째 어느 쪽으로도 깊어지지 못하고 있다.

무려 나는 역사 이중전공자인 국어 전공자이다. 사실 역사를 이중전공할 때까지만 해도 역사에 대한 흥미와 함께 국어와의 융합 지식을 꿈꿨지만, 국어도 역사도 둘다 너무 깊은 물이어서 한 발씩 담가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학문을 팔수록 무너져갔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만난 역사 덕후들은, 계속 나의 옅은 역사 지식을 숨기고 싶게 만들곤 했다. 그렇게 서랍 속에 처박힌 나의 역사 교원 자격증... 그렇게 나는 긴 시간 동안 역사에 대한 짝사랑을 숨겨왔었다.

문화사학자 조한욱 교수님의 역사칼럼 모음집인 소소한 세계사는 그런 내게 딱 찾아온 선물 같은 책이었다. 칼럼은 장르의 특성상 그리 길지 않지만, 그 안에서 흥미와 방향성과 메시지를 다 보여주어야 하는 글이다. 그래서 흥미로운 도입으로 시작하여 글의 주제와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는 알찬 구성으로 마무리 되는 짧은 글들을 읽다보면 짧게짧게 도입으로 쓸 역사적 지식을 쌓아갈 수도 있고, 글마다 아래 키워드로 정리되어있는 주제어를 보다보면 내가 어느 쪽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내 취향도 찾을 수 있게 된다. 잘 쓴 글의 정석이니 술술 읽히는 건 덤이다.

개인적으로는 저 키워드들을 해시태그 삼아서 블로그내 검색 기능으로 찾아보면 진짜 편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맨 끝에 있는 찾아보기 페이지를 먼저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용간에 큰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행운의 책(?) 종류처럼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재밌는 글을 만날 수 있는 책이라서, 앞에서부터 읽다보면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느낌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데, 찾아보기에서 관련 키워드들끼리 엮어서 읽다보면 큰 밑그림이 보이고, 내 관심분야가 분명해지며, 혹은 자료조사에 필요한 글을 골라읽기에도 유용하다.

역사라는 게 너무 방대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고, 고대사에서시작하면 고대사에서 머물러버리며, 역사를 정사로 공부하면 알기 어려운 흥미로운 썰로부터 역사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역사 입문서 및 교양서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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