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청소년 이야기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이야기 3
김종광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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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역사의 어린 세포를 들여다보는 상상력

나는 작년 봄에 코로나로 격리된 동안 #미스터션샤인 이라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말았다. 이걸 왜 이제 봤나 싶은 명작인데다가 소재도, 스토리도, 배우들의 연기도, 대사 하나하나도 다 너무 빛나는 이야기들이어서 드라마 보는 눈이 너무 높아져버렸다. 이후 #호텔델루나 외에 완주한 드라마가 없어서 아무래도 다시 미스터션샤인을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차다. 그런데 무엇보다 미스터션샤인이 내게 전무후무한 명작인 이유는 다소 긴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질 만큼, 거시사와 미시사의 균형을 완벽하게 맞춘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나는 역사를 좋아해서 역사교육을 이중전공했지만, 수많은 역덕후들의 열정과 애정을 이기지 못해 학점을 처절하게 처발린 역사가 있다. 나의 안타까운 미시사. 이런 미시사들이 모여 그 시대의 한 축을 만들고 그런 철골들이나 조각들이 모여서 하나의 시대를 그려내는 것이 거시사가 아니겠는가. 그런 거시사들조차도 다 섭렵하기 버거운 자의 눈물겨운 차선책이었는지, 아니면 그렇기 때문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한 것인지는 몰라도 나는 거시사도 거시사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한 명의 미시사 주인공들의 삶을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파워 'N'이었다. 그런 나의 상상과 로망을 완벽하게 구현해준 드라마가 미스터 션샤인이었다. 마치 내가 찾아보고 싶었지만 찾아보지 못했던 많은 야담들 속에 나올 것만 같은 영웅들이 역사 속에서 살아숨쉬던 이야기.

나는 고전소설을 가르칠 때, 15, 16살쯤 되는 주인공들이 과거에도 막 급제하고 공도 세우고, 또 당대의 기준을 뛰어넘어서 자신의 짝도 자기가 고르며 새삼 당돌하고 대담하게 행동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곤 한다. 물론 비범한 일이며, 사실 당시의 15, 16살은 지금으로 따지만 30대쯤 되는 나이일 거라고 나중에 말해주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그렇게 흥미로워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대단해 보이던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자기 또래의 나이라면 좀 더 친근하고 흥미로운 건 어쩔 수 없겠지. 근데 그들은 비범한 이들이니까. 조금 더 평범한 이들은 어땠을까 그런 상상을 해본다. 물론 야담집에라도 실릴 정도면 준 비범정도는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저마다 비범하지 않은가. 자신의 삶에 찾아온 비범한 기회를 놓치지 않은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가 야담집에 흘러오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인생 전체를 팔로우하는 것이 아닌 그 비범한 순간을 사진 한 장처럼 열린 결말로 간직하게 되는 게 아닐까. 대단한 용은 아니었더라도 지렁이가, 실뱀이, 구렁이도 밟으면 꿈틀하고 또 자신의 허물을 벗고 나가는 순간들은 저마다 신비롭듯이 사실은 한 사람의 비범한 행동이 그은 획도 역사를 이끌고 가지만 숱한 사람들의 범상치 않은 순간들이 모여서 마치 조용한 듯하지만 세포들이 부산히 움직이고 나고 죽으며 모르는 사이에 육체가 성장하는 것처럼 역사를 조금씩 성장하게 한 것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야담 속에 등장하는 12편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사뭇 냉정한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니라 치열한 1인칭 혹은 초점화자 시점에서 시대의 고난을 들이받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는 흥미로움을 넘어 웅장한 느낌을 준다. 비범한 인물들의 결말 빤한 이야기가 아니라 아주 평범한 인물들이 밟혀서 꿈틀하면서도 온몸으로 현실을 헤쳐나간 이야기. 그것도 나이로는 15~20세 방년 향년의 청소년, 그러나 현재의 나이로 환산하면 청년쯤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같은 나이인 청소년들에게도, 혹은 삶의 무게 면에서 공감하는 많은 청년들에게도 한층 흥미로운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열두 편의 이야기가 판타지처럼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밟혀서 꿈틀한 뒤의 이야기는 또 끊임없이 헤쳐나가야했던 당대의 미시사 주인공 1인의 시점에서,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이 충분히 증명된 사람들의 남은 생을 건 투쟁의 모습을 열린 결말로 처리한 각 편의 이야기들은 그들이 어떻게 되었을까를 넘어서 나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할까라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된다.

위인들의 운과 타이밍이 모두 기가막히게 맞아떨어져 크게 된 삶보다 하나씩은 어긋난 평범한 사람들이 삶을 헤쳐나가는 방식을 통해 시공을 꿰뚫는 진리와 같은 삶의 방향을 모색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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