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
송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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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다닐 때 학보사에 몸담았었다. 사진기자로 들어갔고, 언론쪽에 뜻을 두지는 않았었지만, 사진에 좀 더 관심이 있었고 도피할 곳도 필요해서였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곳이야말로 살아있는 곳 같아서였다. 정말이었다. 늘 바빴고, 순간이 중요한 사진기자는 열외였지만 기자들은 날밤을 잘 새웠다. 그리고 그때의 동기 선후배들은 많이들 기자로 일하고 있다. 대단하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는 못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말을 어려워한다. 주변 사람들이 보면 막 웃을 얘기지만 정말 그렇다. 실없는 얘기, 재밌는 얘기, 수업, 상담 이런 건 좀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정작 내게 도움되는 이야기라든지, 혹은 어려운 이야기 꺼내는 것은 유독 어려워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하고 말지. 근데 기자는 그런 영역이 아니다. 아쉬운 소리도 해야하고 죄송한 소리도 해야한다. 그걸로 기사를 쓰기 위해서인데, 그럼 취재원에게 가끔은 이득이 되는 이야기도 아닐 거라서 더 어려울 것 같다. 가끔 취재원에게 이득이 되는 이야기는 던져짐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게 상생이 될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용이나 안 당하면 다행 아닐까. 그만큼 똑부러지고 영민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좀 더 영민하고, 민첩하고, 사회생활 만랩이며,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들에 대한 수용성이 좋고, 기동성도 좋고, 마음도 좀 더 무디고, 체력도 좋아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송가을 기자가 자신의 뒤로 들어오는 신입 원서수가 줄어든다고 했을 때, 문득 내가 몸담았던 학보사에서 그런 걱정을 똑같이 했던 게 생각났다. 아무래도 세상이 변하는 것이, 이렇게 반영되는 것일까 싶기도 했다. 또 마침 딱, 그때의 학생들이 졸업해서 입사하면 그때쯤인가 싶기도 하고.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했다. 고도일보 송가을 기자는 참언론인에 꿈을 품고 성장해나가는 내 또래의 기자였다. 기자의 세계를 직업인의 세계로 잘 보여주면서 동시에 조금은 소설 다운 판타지도 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들이었다. 현장을 종횡무진하면서 때로 인간적 고뇌를 겪는 송가을 기자의 모습에 빙의해서 소설에 빠져들었다. 밀리의 서재에서 성우분이 읽어주신 오디오북으로 접해서인지 더 짬나는 대로 들을 수 있었고, 금단현상처럼 못 듣는 순간에도 계속 생각날 정도로 흥미롭고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또 취재를 부지런히 따내면서도 또래 기자에 대한 생각이나 취재원에 대한 연민, 혹은 어려운 취재를 앞두고 하는 걱정 등 인간적인 면모를 계속 보여주는 송가을 기자의 모습에 진하게 빠져들 수 있었다. 미안한 게 많은 세상에서 조금 덜 미안해지는 일을, 그녀는 분명히 해내고 있었다. 배우며 성장하며 생각이 달라진다 해도 그 기준만 잃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닐까.

#하니포터4기 활동에서 후속편인 #민트돔아래서_송가을기자정치부가다 를 주셔서 시리즈물을 읽기 전에 전편을 먼저 들어봤는데, 벌써 기대가 되고, 이 책도 오디오북으로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에 대한 시야도 조금씩 넓어지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사회의 각 면모를 보여주는 경찰물, 법정물, 사회물 등의 각종 드라마나 영화들의 맛보기와 같은 사건들을 기자의 눈으로 볼 수 있어 참 좋았기 떄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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