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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인생
기시 마사히코 지음, 김경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남의 인생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쬐금 낫다는 야비한 안도나 내 인생은 왜 이모양일까 한심한 탄식을 하기 쉽상이다. 그 모든 얄팍한 비교를 넘어 그냥 가만히 귀기울여 들어주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친구와 수다를 떨 듯 편안하게 주고 받는 책의 인터뷰들은 판단과 평가에서 먼 삶의 사연들이다. 그들이 조금 별라다면 별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성정체성이 나와 다르고, 호구지책이 나와 다르며, 자는 곳이 나와 다르고, 몸의 생김이 나와 다를 수 있겠지만, 결국 이야기의 끝맺음은 나와 별 다를 것이 없는 인생이요 사람들이다.
인터뷰를 평생 업으로 삼은 사회학자 답게 저자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담담히 질문을 던지고 함께 웃지만, 읽는 나는 때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구나, 그러셨구니 안도하고, 때로 아이고 어쩔까 걱정하기도 하면서, 그럼에도 그들의 인생을 들어주고 이해하고자 애쓰게 된다.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을 읽고 잠시 책을 접고 눈을 감고 음미했던 그 흐뭇한 감정보다 더 감동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반말로 주고 받는 인터뷰가 생경하고 신선했고, 그래서 더 실감났다. 존경스러웠던 저자의 느긋한 자세가 한풀 더하여 내 마음까지 느긋해진다. 그래, 인생 뭐 별 것 있겠어.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