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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 엄마를 보내고, 기억하며 ㅣ 삶과 이야기 1
이상원 지음 / 갈매나무 / 2019년 11월
평점 :
엄마를 떠나보내고 엄마의 삶을 되돌아본 책을 읽고 나니 당연한 순서로 나의 엄마를 생각한다. 몇 개월 전 부모님을 근처로 모시고 온 이후로 어른이 된 후 처음으로 매일 얼굴을 보며 살고 있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엄마를 엄마가 아닌 인간으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태어날 때부터 엄마는 엄마였고, 내 평생 엄마는 엄마였으니까. 나를 만나기 전의 엄마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사실 우리는 별 관심이 없다. 책의 한 구절처럼 나 살기도 벅차고 바쁜 세상이니까. 엄마가 국수를 좋아한다는 것도, 요 몇 개월 동안 엄마를 지켜보며 알게 된 사실이다. 엄마가 예쁜 옷을 보며 웃음 짓는 모습도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다. 엄마는 무엇이든 다 잘 먹는 사람, 아까워 버리지 못하는 사람, 떨어진 옷을 기워 입는 사람이었으니까.
부모님은 딸 곁으로 오시며 이곳이 마지막 거처일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 역시 책의 저자처럼 아버지를, 엄마를 보내드려야 할 것이다. 어느 집이나 그렇듯 그 과정에서 분란과 다툼이 있을 것이고 섭한 마음과 원망이 오갈 것이지만 우리 부모님도 그녀의 엄마처럼 죽음 복이 많아서 고통 없이 편안하게 돌아가실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 엄마와의 인연이 남아서 엄마와 웃을 시간도, 다툴 시간도 남아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더 가슴 아픈 일들을 겪지 않으시고 편히 사시다가 좋게 가실 수 있기를, 그리고 그때까지 엄마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감사하도록, 이 책이 내게 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