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레시피 - 레벨 3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이미애 지음, 문구선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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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어렸을 적 시골에서 보낸 짧은 몇 년의 시간들이 떠올라 은은한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도심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사람냄새 진하게 나는 시골의 향기가 여기까지 물씬 나는 듯 하다. 어릴 적 서울로 올라오기 전 시골에서의 몇 년동안 보낸 시간을 떠올리면 어렴풋한 몇가지 장면들이 떠오른다. 이 책에서 나오는 재래식 화장실 부분을 읽으면서 어찌나 공감이 갔던지 모른다. 어린 5살 나이에 냄새나고 구더기가 득실한 화장실은 나에게 공포일 수 밖에 없었다. 항상 언니를 대동하고 가야만 했던 화장실에서 거의 엉거주춤 서서 볼일을 볼 수 밖에 없는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곳인 화장실은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강렬한 시골의 추억으로 자리잡는다. 서울에서 생활했던 서현이에게 가장 감당하기 힘든 곳이 화장실인 만큼 내가 서현이가 된 듯 그 마음이 나에게까지 전달되어 더 공감이 갔다. 위생관념 없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나의 엄마와 할머니의 모습이 연상이 돼서 웃음짓게 되었다. 엄마가 입댄 숟가락과 침묻은 밥은 절대 먹지 않았던 깔끔떨던 내 모습과 서현이의 모습이 많이 닮아있어 더 공감이 갔던 이 책.... 그래서 더 내 옛 추억이 새록 새록 떠올려지는 이야기라 너무나 재미나게 읽혀지는 책이었다. 한편의 영화를 보듯 영상이 그려진다. 그림 또한 정감가고 너무나 이쁘다.

서현이의 외할머니는 자상하고 인자한 외할머니상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방학동안 함께 했던 시간 속에서 할머니의 가슴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서현이는 여름방학을 결코 잊을 수 없다. 툴툴거리며 외갓집에 오게 되었던 처음과는 달리 아쉬움을 남기고 작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때까지의 이야기를 이 책 한권에 따뜻하게 담아냈다. 이 책의 외할머니를 통해 나는 나의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침묻은 손으로 음식을 건네는 모습이며 부드러운 모습이 아닌 강한 모습 속에서 사랑이 베어나오는 모습이 아주 많이 닮아 있어서다.

할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에 관심을 갖고 레시피를 적게 되면서 음식을 할 때마다 서현이가 알아듣도록 요리법을 사투리를 섞어 이야기 해주는 할머니의 말을 고스란히 담아낸 레시피는 여느 레시피와는 비교 할 수 없이 귀중한 자료가 된다. 재미나고 감동적인 이야기 속에 18가지의 레시피가 소개 되어 있어 더 알찬 느낌... 읽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시골 음식이 먹고 싶을 때마다 뒤적거릴 수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누구나에게 할머니나 외할머니는 참 따뜻한 이미지로 존재한다. 우리 아이들도 할머니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부모님과는 달리 어떤 응석도 받아주시는 분들이라 아이들에겐 하염없이 따뜻하기만 한 할머니에 대한 추억들.... 서현이의 할머니는 그런 느낌의 외할머니는 아니다. 하지만 여느 할머니들이 쏟는 사랑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내 기억속의 할머니를 꺼낼 수 있었고 추억속의 시골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할머니의 레시피' 라는 제목만큼이나 이쁜 스토리가 내 맘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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