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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나, 걸을 수 있어! - 장애를 가진 소녀 하루나와 1학년 3반 친구들의 이야기
이나가키 요오코 지음, 성모경 옮김 / 루덴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1년전 무릎 수술을 받고 한달여간을 꼼짝없이 앉아서 생활해야 했고 회복중에는 약간 절뚝거리는 다리로 계단을 오르내려야만 하는 상황이 아주 힘겨웠었다. 장애인에 대해서 그때만큼 많은 생각을 했던 적도 없는 듯 하다.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것이 장애인의 입장인 것 같다. 그 당시 난 정말 장애인과 다름 없었다. 순간이었지만 그 시간이 나에겐 참 힘들고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만 했지만 갈아타는 역에선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많았다. 손잡이를 붙잡고 한발 한발 떼어야만 했기에 그 순간 '장애인은 다니지 말라는 소린가'란 생각에 우리 나라에 대한 장애인의 편의시설의 열악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장애를 가진 일본친구 하루나의 이야기다. 쌍둥이로 태어난 자매중에 하루나는 잠시 뇌에 산소가 들어가지 않아 뇌성마비로 인해 다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아이다. 장애아의 아픔과 비극보다는 장애를 통해 삶에 활력을 더 찾아간 하루나의 생활을 보며 내 마음까지도 유쾌해질 수 밖에 없다. 우선 아이를 그렇게 밝고 유쾌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1학년 3반 담임선생님의 노고와 하루나를 잘 챙겨주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하루나를 위해 책상을 'ㄷ'자로 배치해 급식당번도 할 수 있게 해 하루나도 친구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준 선생님... 그건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하루나의 가장 큰 꿈은 엄마가 되는 것이다. 하루나는 어느날 '마법의 조막손'이란 책을 통해 그 주인공이 자신과 닮아 그 책을 너무나 좋아한다. 그 아이는 손가락이 두개이다. 어느날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엄마놀이를 하다 친구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엄마는 안돼. 할 수 없어. 손가락이 없는 엄마는 이상하쟎아." 라고... "아빠, 손가락이 없어도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될 수 있고 말고. 사치코는 멋진 엄마가 될 수 있어. 이렇게 사치코하고 손을 잡고 걸으면 신비로운 힘이 아빠 몸 가득히 전해진단다." 사치코는 그제서야 맘을 열고 다시 유치원을 다니게 된다. 하루나가 이 책을 좋아하는 것을 안 선생님은 친구들과 사치코가 되어 연극을 한다. 신비로운 힘에 대해서 토론을 하기도 하고 연극을 하면서 아이들은 너무나 좋아한다. 또 어떤 날은 하루나처럼 다리의 불편함을 느끼는 체험을 하기도 하면서 하루나의 상황과 불편함을 느끼게 되면서 아이들은 더 성숙해 간다. 책 속의 사치코가 실제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하루나는 기뻐한다. 자신도 엄마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으면서...
하루나 한사람을 위해 모두가 맞춰주는 이들을 보며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성숙함을 엿볼 수 있어서 참 부럽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다. 밝게 자라준 하루나가 앞으로도 계속 밝게 자라 자신이 받은 것을 다시 베풀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이쁜 모습이겠는가! 하루나는 결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나가 장애인이기에 어려움도 많겠지만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건강함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도 이런 친구들을 위한 배려와 성숙함을 지닌,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