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이는 천방지축에 개구쟁이여서 엄마가 항상 '이 빌어먹을 놈아'라고 부른다. 젊었을 때 신통했던 한 무당할매는 부자될 애한테 그러면 안된다고 '이 부자될 놈아'라고 불러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부르게 된다. 미신인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기분은 좋다. 부자가 될 애라고 하니... 이름은 금 잔이지만 세게 불러야 좋다는 무당할매의 말을 듣고 짠이가 되었다. 짠이는 사고를 치지만 그것을 유쾌하게 모면하는데는 선수인 것 같다. 도망다니는 데는 이제 도가 텄다. 짠이는 사고를 쳐도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란 생각이 든다. 근처의 수도원의 높은 담이 얼마전에 헐리면서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이 증폭된다. 그 수도원은 왠지 으스스하고 무서워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상한 괴소문이 많다. 마법사 같이 생긴 수도사들이 피를 먹고, 아기를 재물로 바치고, 지하에는 사람들의 뼈로 가득차 있다는 것 등등... 짠이는 담이 헐려 있어 오솔길을 통해 수도원을 살짝 들어가보았는데 정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피를 먹고 중얼 중얼 거리고 시체가 십자가에 걸려 있는 것을 보곤 기겁을 하고 나온다. 그 말을 듣고 덕수라는 친구는 또 가보자고 자꾸 재촉하는 탓에 겁쟁이란 소리를 안 들으려고 가긴 하지만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지하로 더 깊숙히 들어간 둘은 벽 칸칸이 유리 상자 안에 해골과 다리 뼈, 팔뼈가 있는 것을 보고 덕수는 엉금엉금 문쪽으로 기어 나갔지만 짠이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코는 거의 모양도 남아 있지 않은 무섭게 생긴 할머니를 보고 기절을 하고 만다. 눈을 뜬 짠이를 향해 수도원 사람들은 무서운 곳이 아니며 그 분은 한센병에 걸린 사람이지만 전염되지 않고 그 사람들을 이곳에서 돌본다며 안심해도 된다고 한다. 무섭게만 생각 되었던 곳의 정체가 밝혀지며 그들이 하는 일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며 착하게 산다는 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게 아니고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그 사람들이 힘들 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민간 친구 화영이에게 부자가 되서 돈 많이 벌면 불쌍한 사람,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그 돈을 쓸거라는 기특한 말도 편지로 쓴다. 짠이같은 개구쟁이 아들은 없지만 짠이로 인해서 주변에 심심할 날이 없을 듯 하다. 괴롭기도 하겠지만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 될 것이다. 왠지 짠이는 뭐가 되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 딸의 부족한 부분을 보면 그 부분을 못한다고 나무라고 낙인하기 보다는 그 반대로 잘 될 것이라고 항상 불러준다면 그리되지 않을 수 없겠단 생각을 해본다. 흘리기 잘하고 쏟기 잘하고 잔실수를 잘하는 큰 딸을 보면 나를 보는 듯해 더 화가나서 눈쌀을 찌푸리게 되다보니 아이가 더 실수를 하는듯 하다. 우유를 쏟았을 때 그것으로 지도를 그려보자고 했던 미국의 부모의 일화를 통해 그 아이가 죄책감을 키워주기 보다는 또다른 사고력을 이끌어내서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한 그 부모들을 보며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했는데 '이 부자될 놈아'라는 호칭도 나에겐 그렇게 다가온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이의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또 한번 실감하게 된다. 이 책은 유쾌하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었다. 제목 한줄 만으로도 많은 것을 느끼는 시간이 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