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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꽃들아 - 최병관 선생님이 들려주는 DMZ 이야기
최병관 글.사진 / 보림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비무장 지대에 관한 책은 아이나 나나 처음 접하는 듯 하다. 전쟁 세대가 아니어서인지 남북 분단 현실이 크게 와닿지 않아 무관심했던 것이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이런 책을 봄으로써 분단현실을 자각하고 다시금 이 아픈 현실을 느끼게 된다. 생생한 사진을 보니 그 아픈 현실이 더 애잔하게 전해진다.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곳이어서인지 희귀동물과 철새들의 공간이 되어버렸단다. 그래서 더 아름답겠지만 총부리를 겨누고 있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나라...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을 외쳤던 우리의 세대와는 달리 요즘은 이런 현실에 담담하지 않았나 싶다. 북한에 친지들을 두고 남한으로 내려온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 작지 않은 땅에서도 반이 나뉘어 가깝지만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와 세월을 보내야만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소원은 가족을 한번만이라도 만나보는 것일 것이다. 자신의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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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을 가운데에 두고 둘로 나뉜 산등성이는 누구라도 다가오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눈앞을 가리는 나무는 모두 없애는 바람에 숲은 사라지고 민둥산이 되었다. 강원도 제일의 곡창지대였던 철원평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비무장지대가 되면서 기름졌던 땅은 모두 억새풀 차지가 되고 말았다. 서울에서 신의주로 이어지던 철길은 폭격에 온데간데 없어지고 총알 자국만 가득하다. 누군가 철조망에 다가온 것을 알아차리도록 철조망 좁은 틈새에 꽂아 놓은 돌멩이가 인상적이다. 이곳은 작은 숨소리나 조금의 틈새도 허락되지 않는다. 고요하고 적막하지만 긴장의 끈을 한시도 놓을 수 없는 곳이다.
비무장지대는 수많은 지뢰로 뒤덮인 곳으로, 사람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땅이지만 자연만큼은 그런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제때에 맞춰 찾아온다. 보기드문 식물들을 사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야생동물만이 이런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 세상 만난듯 천진난만하게 뛰어 다닌다. 끊어진 다리, 녹슨 쇳덩어리가 된 탱크, 녹슨 쇠기둥, 총알들만이 전쟁으로 남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듯 하다.
전쟁은 남의 나라, 남의 일같기만 하다. 이런 현실이 우리 어머니 세대에 있었다는 사실이 가끔 믿기지가 않고 내가 전쟁을 겪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가슴을 쓸어내릴 때도 있다. 이런것은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아이들이 이 책의 사진과 글을 보며 전쟁의 잔혹함이 무엇인지를 느끼고 생명의 소중함과 평화를 수호해야한다는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