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방귀 네버랜드 우리 옛이야기 30
이상교 지음, 나현정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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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방귀라는 단어 하나에도 까르르 웃고 방귀소리를 들어도 뒤로 넘어간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소재여서 그런지 이 며느리방귀는 읽고 또 읽어도 재미나다. 이런 이야기가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여서 아이들에게 더 큰 재미를 주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노라니 8살 딸아이의 비화가 생각난다. 아빠와 조용한 자리에서 앉게 된 딸이 자기도 모르게 나온 작은 방귀소리에 아빠와 눈이 마주쳤는데 아빠를 쳐다보며 천연덕스럽게 "왜요?" 하는거다. 연거푸 3번의 방귀가 나오자 "제가 안그랬는데요!" 하며 둘러대는거다. 한참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못견뎌하는 딸아이라 그것이 자신에게 너무나 창피해 그렇게 둘러댔나보다. 우리가 보기엔 귀여운 행동인데 본인은 무척 신경이 쓰였던지 다음에 그곳을 어떻게 가냐며 무척 안타까워했다. 이 며느리도 방귀를 끼는 것이 무척이나 창피하고 부끄러웠나보다. 그게 보통 방귀가 아니라 태풍과도 같은 방귀니 어찌 안그러랴!

 

점점 변해가는 며느리의 얼굴은 점점 붉어져만 간다. 며느리의 속사정을 듣고 속시원히 방귀를 뀌라는 가족에게 며느리는 단단히 일른다. "아버님께서는 대청 문을 잡으시고, 어머님깨서는 부어쿤을 잡고 계세요. 서방님은 기둥을 잡으시고, 아가씨는 솥뚜껑을, 도련님은 지게 다리를 잡으세요." 라고....엉덩이에 힘을 주자 방귀 바람에 방문 창호지가 부르르르르 떨리고 대청마루 병풍이 넘어갈 듯 벌벌벌벌 흔들린다. 대청문이 시아버지를 매달고 부웅 날아오르고, 부엌문이 시어머니를 업고 우물가에 쓰러지는가 하면 신랑은 뽑힌 기둥째 담장을 넘고, 시누이는 솥뚜껑에 얹혀 사랑채 지붕에 떨어진다. 시동생은 지게 다리를 손에 쥔 채 마당 귀퉁이에 털퍼덕 나가떨어진다. 이부분은 이 책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다. 요부분을 보기 위해 이 책을 읽는게 아닌가 싶다.

 

며느리 방귀는 시댁식구들에게 억눌렸던 모든 감정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예전 우리 어머님 세대에는 고부간의 갈등이 심했으며 제대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고 순종적이어야만 했기에 자신의 마음을 억눌러야만 했다. 그러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해 그냥 웃고 넘길만한 책은 아닌것 같다. 며느리가 방귀를 끼는 것은 마음속 깊은 곳의 응어리진 감정이 한순간에 풀어지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독방귀와도 같았던 것이 시아버지의 결핍을 충족시켜 줌으로 다시 빛을 발한다. 겉으로는 하찮게 보이는 것일지라도 대단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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