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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조선경 글 그림 / 노란돌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멧돼지와 파랑새...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의 만남은 끝까지 함께 할 수 없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파랑새는 알 속에 있을 때 멧돼지와 인연을 맺는다. '궁금해, 나는 어떻게 생겨난 걸까?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져 나온 건 아니겠지? 깜깜한 길을 걸어, 혼자 여기까지 왔을까?
아, 엄마...' 방금 부화한 파랑새는 멧돼지의 콧등에서 엄마를 쳐다보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궁금해 하는 파랑새... 그 모습은 나의 사춘기 모습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나는 누굴까? 나는 어디서 왔지? 나는 왜 나인거지? 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던 그 시절이...
-눈만뜨면 엄마 꼬리 조올졸, 배터지게 먹고 꺼억 트림하며 헤헤헤, 하는짓도 꼭 닮았다며 하하하, 해 지도록 꼬리잡기 놀이 서로 따라다녔지. 어느 아침, 문득 찬바람이 뺨을 스쳤어. 곧 눈보라 치고 숲이 얼면 떠나야 한대. 그날로 '꼬리잡기'는 커녕 '꺼억' 해도 시무룩했어. 그저 퍼덕 퍼덕 퍼덕 퍼덕 날개짓만 했지. 힘들어 재미없어 꼬리잡기하자 응? 여기 그냥 살자~아
입김이 하얗게 나는 새벽 오늘 그곳으로 날아갈거야. 무서워 난 안가 그곳에서 우린 다시 만날거야 난 무서워-
추운 겨울이 다가온다. 엄마는 새끼를 위해 따뜻한 곳으로 가라고 나는 연습을 시키려 한다.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가라고...
파랑새를 위해 나는 시범을 보이며 나무에서 있는 힘을 다해 발돋움을 하며 뛰어내리는 멧돼지...파랑새도 엄마를 따라가기 위해 날개짓을 한다. 하늘 가득 친구들이 있었지만, 엄마는... '그곳에서, 우린 다시 만날거야' 엄마 없는 바람 속에 엄마 목소리만 들린다.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잔잔한 감동이 물밀듯 밀려온다. 자신을 다 바쳐 헌신하고 희생하는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자신의 몸을 바쳐서라도 자식을 더 좋은 곳으로, 가야만 하는 곳으로 보내려 하는 어머니의 사랑을...
어머니는 자식에게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고 조건없이 사랑을 주는 존재이지만 자식은 부모로부터 헌신적으로 사랑을 받는 존재다. 그런 존재감을 이렇게 어울리지 않은 멧돼지와 파랑새로 표현해 놓아 어머니가 자식을 대할때와 자식이 어머니를 대할때 사랑이라는 공통분모는 같지만 그 사랑의 깊이나 농도는 같을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해 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펜으로 그린 흑백의 그림 속에 파랑새만이 파랗게 되어 있는 것은 마치 열심히 물을 빨아들이고 햇빛을 쬔 나무가 빨간 열매를 맺을때 나무보다도 그 열매가 눈에 띄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는듯 했다.
아이를 낳아봐야 성숙해진다는 말을 아이를 낳고 실감하게 되었다. 배가 고프지만 내 자식이 맛나게 음식을 먹는 모습만으로도 배가 부르고 나에게 기쁨이 되었다. 아이가 아플때 내가 대신 아파주지 못한 것이 한이 되기도 하고 기침을 할때 내 가슴이 찢겨져 가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엄마의 헌신적인 사랑과 보살핌이 있기에 아이는 건강하고 바르게 자랄 수 있다. 이 멧돼지의 사랑은 자신을 다 바쳐 희생한 우리의 어머니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한편으론 답답해 보이기도 하고 자신의 삶은 없고 자식들을 위해 살아온 그들의 삶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존경스러워 마음이 숙연해진다. 자식은 내 소유물이 아닌데도 내 소유물인것 마냥 종종 행동할 때가 있다. 언젠가는 나의 품을 떠나 날아가야 하는 내 자식들을 위해 더 멀리 더 높이 날려보낼 수 있을까!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계속해서 여운이 남아 가슴속에서 멤도는 가슴 찡한 책이었다. 엄마의 사랑을 아이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