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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무섭지 않아!
엘라 버풋 지음, 엄혜숙 옮김 / 대교출판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유난히 겁이 많았던 나...어렸을 적 밤에 화장실을 가는 것이 그렇게 고역일 수 없었던 때가 있다. 6살때까지 시골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했었는데 항상 언니를 졸라가며 함께 가야만 했었다. 화장실 안에서 언니가 있나 없나를 계속 확인해가며 볼일을 보던때가 지금도 생생하다. 언니는 짖꿎게도 대답을 하지 않아 나를 놀래키기도 했었다. 부모님 두분다 일을 하셔서 큰언니와 함께 집에 있다 언니가 잠깐 나갔다 온다고 했는데 너무 무서워서 밖으로 뛰쳐나갔다가 길을 잃어버렸던 적도 있다. 어두운 골목길을 걸을 땐 나도 모르게 뒤를 자꾸 돌아보게 된다. 어둠은 이토록 공포와 무서움에 휩싸이게 하기에 두려움의 존재인 것 같다. 어렸을 적 무서운 공포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봐서인지 깜깜한 어둠에선 공포스런 것들이 연상되어 더 무섭게 각인되었던 것 같다. 첫째 딸도 유난히 어둠을 싫어한다.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딸아이는 어두울때 무서운 상상들이 더 실제적으로 다가오나보다.
어둠은 부정적이고 음흉하고 무서운 존재임에 틀림없지만 이 책만큼은 어둠이 친구처럼 친근하고 한편으론 어리숙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창문 뒤로 빼꼼히 보이는 어둠의 얼굴과 손은 장난스운 친구가 창문 뒤에서 쳐다보고 있는듯하다. 어둠이 창문으로 들어와서 바닥에 몸을 쫙 펼치는 장면은 먹물이 흐르는 장면이 연상이 된다. 검은 어둠과는 달리 아주 밝은톤의 데이지의 모습은 상당한 대조를 이루면서도 색감이 너무나 잘 조화가 되고 데이지의 모습이 더 돋보이기도 했다. 어둠이 광택이 나는 재질로 되어있어 만져보며 아이가 참 좋아한다. 책 표지의 '어둠은 무섭지 않아'라는 글을 마치 그림처럼 형상화한 모습이 독특하고 참 재미났다. 검은 바탕위에 흰 글씨와 분홍옷을 입은 데이지의 모습은 아이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둠을 친근한 캐릭터로 표현해 놓은데다 이렇게 만져보기까지하니 어둠이 그렇게 무서운 존재만은 아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어둠과 트위스트도 추고 잠깐 쉬면서 함께 레모네이드도 마시는 장면에선 평화로움까지 느껴진다. 기존의 어둠의 이미지를 탈피한 느낌이 참 신선했고 다른시각에서 어둠을 다룬 점이 아이들에게도 새롭게 다가왔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직 어둠을 무섭게 받아들이지 않는 유아들이 이 책을 먼저 접한다면 어둠을 자연스럽게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