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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돌이 개야 ㅣ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18
이상교 지음, 이형진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1월
평점 :

컹컹!
나는 주인 없는 개야.
떠돌이 개라고 말들 하지.
나는 떠돌이 개인 것이 마음에 들어.
몇년전 '고양이'라는 작품을 통해 이형진 님의 작품을 처음 만났었다. 쉽게 슥슥 그려낸 것 같은 그의 작품은 단순함 뒤에 강한 중독성과 매력이 숨어있었다. 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 책에 열광했었다. 어른과 아이의 시각차이를 절감하게 된 책이었다. 이 책도 왠지 그런 느낌이다. 낙서를 해놓은 듯 종이에 크레파스로 거침없이 그린 그림인 이 책은 기존의 책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계산된 그림이 아닌 것 같은 그림이어서일까! 꾸밈없는 그만의 그림 속엔 섬세함과 순수함이 느껴진다.


개목걸이에 묶여 길을 지나가는 여느 개와는 달리 자유로운 떠돌이 개... 비록 더럽고 아무데서나 잠을 자야 하며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뒤져야 하지만 오히려 그것을 즐긴다.


어느날 문득 떠돌이 개는 네 발로 다니는 게 지루해졌다. 비둘기는 두 다리로 종종 잘도 걸어다니고 자전거는 두발로 쌩쌩 잘도 다니며 캥거루도 껑충껑충 두다리로 잘도 가지 않는가! 두발로 걸으면 내버린 의자, 부서진 책상, 헌 사다리 아래를 기어 다니지 않아도 되고 더러운 것들을 보지 않아도 될텐데...하고 생각한다. 당장 두발로 걷겠어! 처음엔 힘들겠지만 곧 아무렇지도 않게 될거야. 모두들 비웃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 떠돌이개...
아!멋져 꿈을 이룬거야! 하며 밤하늘의 별과 달을 바라보며 흐뭇해 한다.


네발로 기어나오는 도둑 고양이를 보며 우습다 생각하지만 한 아이는 자동차 밑에 숨을 수도 있고, 꼬리를 깃발처럼 추켜올릴 수도 있고 손도 안 씻어도 되는 고양이를 부러워한다. "으응, 정말 그러네! 흙냄새가 싫지는 않아. 웅덩이에 괸 빗물에 얼굴을 비추어 보고도 싶어. 꽃잎 같은 병뚜껑에 입을 맞추고도 싶고, 떨어진 나뭇잎이 바스락대는 소리도 듣고 싶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자동차에 기대어 떠돌이 개는 오래 오래 생각에 잠긴다. "그래 자동차가 되는거야!" 빵빵~~
원래의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자신을 자동차로 생각하며 당당히 빵~빵~ 하고 외치는 떠돌이 개의 멋진 발상과 기발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악조건일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도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고 재미나게 살아가는 떠돌이 개... 자신만의 생각을 고집하는 듯 하지만 다른 생각들도 거침없이 받아들여 더 좋은 것으로 끌어가는 모습에 나까지 유쾌해진다.
생각은 무한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그 생각을 생각으로만 끝내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떠돌이개를 통해 우리 아이들도 무한한 생각 속에서 성장하고 용기있게 행동으로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아이들로 자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자유로운 생각들,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과 거침없는 행동, 그리고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당당함, 무한히 변할 수 있는 생각들을 수용하는 떠돌이 개를 통해 살아가는 일은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신나며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