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에 간 파울라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94
에바 무겐탈러 글, 파울 마르 그림, 김서정 옮김 / 시공주니어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보고 아이도 좋아했지만 어른인 내가 보아도 맘에 쏙드는 책이었다. 어쩜 이렇게 사랑스럽고 이쁜 책이 있을까! 작가의 상상력과 신선함에 기분 좋아지는 책이다. 기발한 발상에 웃음짓게 되고 그림 하나 하나에 몰입해 구석 구석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사물 하나 하나 생물 하나 하나의 모양과 행동들까지도 세세하게 표현해 놓아 작은 웃음까지 더해주는 책이다. 맨 앞장과 뒷장에도 끄적끄적 그려놓은 것 같은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꿈 속에서라도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삶이 정말 유쾌해지고 재미날 것 같다. 파울라를 따라 재미난 꿈속 여행을 떠나본다.



밤마다 신나는 여행을 떠나는 파울라는 알록달록 예쁜 동그란 나무숲에 다다른다. 모든 것이 동글 동글...동그라미 임금님과 동그라미 경찰은 생김새가 다른 파울라를 붙잡아서 동글 동글 변신을 시킨다. 그 모습에 어찌나 재밌고 웃음이 나던지...파자마에 있는 줄무늬의 실밥을 푸는 실패들과 동그란 모양을 열심히 붙이는 딱풀, 그리고 머리에 열심히 롤을 마는 모습과 파울라가 끌고온 수레의 모서리를 다듬는 동글이의 모습까지... 그 모습이 너무나 기발하고 재밌어 한동안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 네모난 과자와 초콜릿을 먹을 수 없고 모서리가 있는 물건은 절대로 가질 수 없다. 그대로 있을 순 없는 파울라는 동그란 구멍을 그려 빠져나간다.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곳은 삐죽빼죽 나라... 생김새가 다르다 하여 또 갇히게 된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동그란 무늬들을 지우개로 지우고 삼각자로 직선을 긋는가하면 동글 동글 머리를 쭉쭉 편다. 수레의 바퀴까지 빼버리는 예리함... 밤이 되자 파울라는 사다리를 타고 직사각형 문으로 빠져나간다.



그 다음은 어떤 나라가 펼쳐질까? 책장을 넘기기 전 상상을 해본다. 모양이 다른 곳으로 갈 줄 알았다. 별모양이나 곡선모양 등....하지만 나의 한계를 뛰어 넘는 빨강 나라가 펼쳐진다. 파울라는 동그란 바퀴가 없어진 수레를 질질 끌고 빨강나라에 진입하지만 여왕님과 경찰에 붙잡혀 빨강물을 들여야만 한다. 머리와 얼굴 옷, 심지어 손톱까지.... "개구리라든지 악어 같은 것들은 빨강나라에서 못 살게 돼 있어. 제일 나쁜 애들은 배추랑 미나리랑 오이들이야." 빨강나라 규칙이다.



파울라는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빨간 물감 통을 걷어찬다. 빨간 연못이 생기고 풍덩 뛰어들자 반짝반짝 백열전구 임금님이 사는 거꾸리 나라에 도착하지만 꼼짝없이 갇히고 만다. 상상도 못한 거꾸리 나라... 거꾸로 붙어서 파울라의 양말을 벗기는 정체모를 벌레들과 뒤집어진 음식들,거 꾸로 매달려 기타를 치는 벌레, 그리고 쥬스를 거꾸로 먹는 모습까지...너무나 재미나다. "여기서 가장 모범적인 동물은 거꾸로 매달린 박쥐들이지. 똑바로 매달려 있는 것들은 게으름뱅이에 바보들이야. 똑바로? 그런 건 말도 안돼."

마지막에 도착한 나라는 파울라에게도 익숙한 침대나라다. 침대나라 규칙은 하품도 기지개도 마음대로, 이불 속에 숨어도 되고 베개 위에서 굴러도 좋지만 불을 환희 켜 놓고 떠들면 안되는 곳이다. 여기서 영원히 사는 걸까? "잘 잤니, 파울라! 벌써 일곱 시가 다 됐단다."

 

마지막 장의 침대 속에서 누워 있는 장면에선 꿈속에서 여행한 각 나라의 흔적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사다리, 왕관, 종이배, 가방, 주전자와 컵, 파리와 벌, 물감과 붓, 동그란 구슬 등 꿈 속에서 보았던 물건들은 파울라의 방에 있던 물건들로 판타지와 현실의 연계가 확실하다. 상상력과 호기심, 모험심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잠자리에 들기까지 한시간 아니면 그 이상이 걸리는 우리 첫째딸은 재미나고 무서운 상상에 항상 빠지곤 한다. 깨어 있을 떄에도 혼자 생글생글 웃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이 파울라의 모습은 곧 내 딸의 모습과도 같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파울라의 모습에서 보았을 때 각 나라들은 모두 정상이 아니다. 그들이 바라본 파울라도 물론 정상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것도 정상이라 생각하지만 어쩌면 정상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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