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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소설을 읽은 지 오래 되었는데, 등장인물이 헷갈릴 때마다 첫 페이지의 관계도가 도움이 되었다. 그렇지만 800페이지를 읽다 보면 등장인물 파악쯤이야. ㅎㅎ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다 이해할만한 관계들,
나도 작은 회사에서 근무해본 적이 있어서 대기업에 대한 횡포도 공감과 이해가 갔다.
간단한 줄거리는 아키마쓰운송에 불운이 들이닥친다. 운송하다가 차량에서 빠진 타이어로 모자 중 엄마가 죽게 되고, 정비불량이라는 이슈로 회사 운영에 큰 타격을 맞게 된다. 거기다가 사망사고라니.
아키마쓰는 사장으로서 자신의 회사는 물론 사건 자체에 의문을 품게 된다. 직원의 작업 일지를 보고 정비 불량은 아닐거로 생각하고, 사건 자체에 의문을 품고 차량의 결함을 의심하게 된다. 그러면서 호프자동차와 벌어지는 이야기가 사실 800페이지나 될만큼 재미있을까 싶었는데!!! 재미있었다. 정비불량에서 차량 결함을 밝혀내기 위해 벌어지는 12장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초반보다는 뒷부분으로 갈수록 정말 재밌다.
인상 깊던 인물은 아키마쓰운송의 아키마쓰 사장이었다. 나약한 모습도 보여주고, 아키마쓰의 아들 다쿠로가 보여준 모습에 용기를 얻던 모습, 직원들을 보며 힘을 얻어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정말 멋졌다. 주간 조류 직원 에노모토에게 받은 사건과 관련된 업체들을 찾아다니는 장면들은 정말 마음도 아팠고,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호프자동차의 사와다도 반전의 인물이었다. 내부고발자라는 것이 쉽지 않은데, 반전의 반전을 거듭했다.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이 500페이지 정도 3권짜리 책이었는데, 마치 모방범을 읽을 때가 기억날만큼 지루함이 하나도 없던 책이다. 일본에서 나오키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 후보에도 올랐고 영화화 되었다고도 한다. 영화로 봐도 재밌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대기업을 상대로 이런 일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은 사실 들지 않았다. 800페이지에서 보여준 아키마쓰 사장의 역경과 의지가 그냥 해낼 것 같았다. 그치만 헤쳐나가기에 현실이 너무 잔인하고 마음이 아프긴 했다.
실제로 소설의 바탕이 ‘미쓰비시자동차공업 승용차 리콜 은폐 사건’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 현실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푹 빠져 재밌는 장편소설을 읽어 독서에 시동이 걸리는 기분이다 :)
p.246
정말 그렇다면 괜찮겠지만, 그런데 우리뿐만이 아니야. 호프자동차 사고는. 예를 들면 반년 전에도 다카사키에서 비슷한 사고가 있었지. 그 사고로 트럭을 운전하던 기사는 두 다리를 절단하는 중상을 입었어. 커브를 돌다가 타이어가 빠졌다더군. 타이어가 그렇게. 툭하면 빠지는 물건인가, 사와다씨? 당신 회사 타이어는 하늘을 날아다니나?
P.261
자기는 경영자가 아니야. 직원의 의무를 다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지난번 내 프로그램에 어떤 회사 사장이 초대 손님으로 출연했어. 그 사장이 이런 말을 했지. ‘직원에겐 경영자처럼 생각하고 일하라고 합니다’라고. 그래서 내가 말했지. ‘그럼 사장님 회사 사람들은 모두 사장님과 같은 월급을 받겠군요’라고. 사장님입이 딱 벌어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