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읽은 바람의 아이들의 반올림 시리즈였다. 열네 살의 인턴십이 생각났다. :)
직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며 요리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바르바라는 환경을 살리기 위해 오늘도 외친다. 시위대에서의 열정은 뜨겁지만 주변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고 심지어 언론과 대통령으로부터 공격을 당하는데......
확고한 신념을 가진 개인은 왜 무관심한 대중의 적이 될까.
폭력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쳐버렸던 할머니로부터 바르바라는 요리 재능뿐만 아니라 끓는 피를 이어받았다.
바르바라를 검은 인형이라고 비하하는 언론도 합성 사진으로 성적 모욕을 가하는 권력도 그 무엇도 바르바라를 막을 수 없다.
뒤표지에 책 내용 소개가 잘 되어있었다. 직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며 인턴십을 알아보는 모습에 열네 살의 인턴십이 더 생각났나 보다.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환경 운동과 채식주의 그리고 시위에도 참여한다.
이 책의 원제는 La fille des manifs로 직역하자면 시위하는 소녀라고 한다. 직역해서 제목을 냈어도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르바라의 2주 동안의 할머니에게 편지 쓰듯 일기 쓰듯 했던 이야기가 생각보다 술술 읽혔다. 환경에 관한 이야기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노동, 인권, 차별, 가정폭력 마지막에는 연애도 살짝 담는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너무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아 오히려 가볍게 읽기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르바라의 가족, 부모님과 동생 조리스까지. 가족 구성원의 대화들이 인상 깊었다. 시위에 참여하고 여러 이슈에 오르락 거리는 딸 바르바라에 대해 부모는 지지해 주고 명확한 논거를 통해 논리적으로 말하도록 교육하는 점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환경을 위해 시위에 참여하는 바르바라에게 어느 날 대통령 보좌관 베르통씨가 전화한다. 대통령과 함께하는 식사에 초대하지만 바르바라는 거절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리 보도자료를 뿌린 정부?가 너무 어이없었다. 청소년 환경 운동가와의 식사를 미리 보도자료로 내보내서 바르바라는 온갖 기자들에게 시달리게 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책 속에서 바르바라가 겪는 가짜 합성 사진 유포, 가짜 뉴스, 과대기사 등 언론에 대한 반응을 보며 우리나라나 프랑스나 언론이 문제인 건 마찬가지구나 싶었다. 상처받고 힘들었을 바르바라를 보며 안타깝기도 하고 그 과정을 모두 단단히 버텨내서 좋았다. 책 내용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활용해도 좋을 책 같다.
바르바라의 할머니의 이야기가 궁금해 계속 읽어 나갈 수 있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할머니는 왜 정신에 문제가 있었을까? 바르바라의 할머니는 할머니의 남편(책 속 표현)에게 가정폭력을 당한다. 할머니의 아들 3명을 지키려고 버텼지만 결국 할머니의 남편을 죽이고 정신 질환을 앓게 된다. 가정폭력의 문제도 담고 있어서 인상 깊었다. 결국 무죄를 선고받은 할머니의 삶도 참 마음 아팠다. 그렇지만 그런 할머니를 통해 바르바라가 공정한 것과 부당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 시작했고 가난, 전쟁, 인종 차별, 탄압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바람의 아이들에서 책을 제공받아 관계자분들과 2명의 선생님이 책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었다. 제공받은 책이라 억지로 읽기 시작했지만, 할머니에 대한 궁금증과 단단한 바르바라 덕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정치 참여나 차별 등에 대해서도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환경에 관심 있거나 인권, 노동, 정치, 프랑스 문학에 관심 있는 아이들에게 추천해 줘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