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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끝
미나토 가나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하늘 저편'이라는 첫 챕터를 읽고 어? 흥미진진한데 단편이었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챕터 과거로 미래로가 전혀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뭐지? 장편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고백으로 유명한 작가 미나토 가나에. 엄청 많이 추천받은 작품이었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책을 읽다 보니 책 속의 인물들이 홋카이도라는 도시와 '하늘 저편'이라는 작품으로 이어져 있었다. 과거로 미래로의 모에가 마지막 챕터 여로의 끝에서 이어지는 걸 보고 와!!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피플처럼.
깊은 산속에 사는 에미는 빵집을 운영하는 부모님이 바쁘고, 도시에서 전학 온 친구에게 추리소설을 빌려 읽기 시작한다. 햄 샌드위치를 사 가는 고등학생 오빠를 알게 되고 그와 이웃 마을에 처음으로 나가게 되었다가 정혼하는 사이까지 된다. 대학생이 된 그에게 추리소설을 써 보내고, 친구에게도 보낸다. 친구의 스승인 유명한 작가가 그녀의 원고를 읽고 제자로 삼겠다고 한다. 그러니 도쿄로 오라고. 정혼자인 햄씨와 부모님은 반대하지만 에미는 역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 곳에는 이미 약혼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시작은 여기서 끝난다. 이 원고를 모에의 손에서 여러 사람을 거치게 되고 다들 처한 상황에 맞춰 에미의 이야기의 결론을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를 품고 있던 엄마는 자신의 입장에서는 에미를 응원하지만, 또 뱃속에 있는 아이가 에미 같다면?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의 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에미를 대입해 생각해 본다면? 자신의 딸이 분장사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하는 상황에서 에미를 빗대어 본다면?
다양한 상황들이 재밌기도 했고, 나라면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상상해 보게 되었다.
얼마 전 학교에서 릴레이 소설 쓰기를 진행했는데, 이야기의 끝의 '하늘 저편'으로 예측하는 글쓰기를 해도 재밌을 것 같다!
나는 아마도 에미를 응원하는 글쓰기를 하지 않았을까.
반전이 있는 결말이었다! 뒤표지의 문구처럼 살인사건도 없고, 살 떨리는 경험도, 칼날 같은 감정도 없었지만!
p.117
"처음 만나는데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여행이라는 것, 참 신기하네."
p.168
"아야코 씨가 쓴 작품을 읽은 적이 없으니까 실력은 뭐라고 할 수 없지. 하지만 이야기를 좋아해서 형태는 다르지만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일에 자신의 능력으로 취직한 거잖아. 아주 큰 행운이야."
p.241
"그것도 있지만, 그것만은 아니죠. 저는 공무원인데 제 일에 만족합니다. 하지만 저는 뜬구름을 잡는 듯한 직업을 원하는 사람을 보면 일을 얕잡아 보지 마라, 네 꿈이란 것은 결국은 평범한 일에 종사하는 대다수 사람 위에 성립하는 여흥 같은 것 아니냐, 왜 자신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냐고 따지고 싶은 심정이 들어요. 딱히 그 사람이 나를 무시한 것도 나를 깔본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게 나를 최대한 지키려는 수단이었음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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