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박완서 외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그동안 자전소설의 이름을 달고 나온 책들이 간혹 있었다.   

하지만 그 소설들은 어린 시절의 아련한 기억들만을 그려 보인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좀 다르다. 

물론 박완서, 이동하의 소설은 유년시절을 중심으로 그들의 가슴 아픈 가족사를 그리고 있지만 나머지 일곱 명의 소설은 어른이 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그려내고 있다.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고 바다에 뿌려드리고 온 아들의 마음 아픈 고백을 한 윤후명의 소설과 소설 쓰는 내내 페스트를 앓았다는 최수철의 고백, 소설가 되기를 희망하며 혼돈의 세월을 견딘 박성원의 소설도 참 짠했다. 

봉천동에서 가족들과 집과 함께 살아가는 조경란의 얘기는 꼬끼리를 봤어보다 더 심화된 이야기여서 재미 있었고, 찬물에 덴, 주인집 여자 이야기부터 토큰을 강매하던 할머니 이야기까지 세세하게 이야기해준 김인숙의 소설은 참 잘 읽혔다. 

오랜만에 소설을 발표한 양귀자와 김채원의 소설이 가장 반가웠다. 

괴물이 되어버린 한 여인의 고백이 마치 김채원 그녀 자신의 것인 것 같아 읽는 내내 맘이 안 좋았고, 자살한 오빠의 얘기를 어렵사리 끌어내며, 그동안 단절되었던 소설과, 오빠와의 단절을 이어버린 양귀자의 소설을 읽으면 변치않는 그녀들의 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설을 읽으며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들 역시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인간이기에. 

그들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고 감사할 거리를 찾는다면 그로서 만족할 일!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돌아보고 감사하는 것뿐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일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았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한데 모이기 힘든 우리 시대 대표작가 9인의 소설을 읽는 재미를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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