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무
최복현 지음, 박미미 그림 / 잇북(Itbook)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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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나무』 최복현 지음

「나무들도 사랑을 한다. 나무들의 사랑은 아프다. 아프지 않은 사랑은 없다.」작가의 글.

『사랑나무』 등산로 근처에 뿌리내린 참나무와 운명처럼 그 옆에 뿌리를 내리고 참나무를 향한 다가감을 멈추지 않는 피나무 간의 사랑이야기이다.

 

같은 종(種)끼리는, 가까이 붙어 자라다 보면, 뿌리나 가지가 결합될 수도 있겠다 싶지만-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서로 다른 종이 하나로 결합한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연리근', '연리지', '연리목'이 그들을 부르는 이름이다. 작가는 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었다. 그런 작가의 상상력에 경이로움을 표한다.

 

정(靜)적인 두 그루의 나무로 과연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호기심이 강했다. 작가는 이들과 더불어 등산을 하기 위해 지나다니는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정적인 그들의 상황과 대조적인 동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어 이야기의 단조로움을 깨뜨렸다.

 

참나무와 피나무가 관찰자의 위치에서 전하는 인간의 모습은, 객관적이고 또 보편적인 모습이다. 인간의 가슴 절절한 사랑, 그냥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랑 등을 무심한 듯 심플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길게 줄줄이 엮지 않았음에도 왠지 다 이야기한 것 같고, 또 다 들은 것 같이,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은 무슨 조화일까. 아마도 그네들이 하나가 되어가는 아픈 사랑의 과정을 이야기하며, 인간의 삶을 엮어 내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이 이야기는 나무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인간보다 격렬하게 서로를 사랑하고, 인간보다 간절하게 서로를 원하고, 인간보다 더한 고통 가운데에서, 인간보다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기에 그들의 사랑이 오히려 인간의 그것보다 더 고귀하다 할 수도 있겠다.

 

나는 의인소설이 좋다. 당연히 주관적이겠지만, 그 나름 객관화시키려 한 인간 군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차갑게 인간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좀 더 따숩게 사물에 감정 이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주 많이 인간과 사물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을 이해하게 하는 글을 또 하나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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