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보내는 상자 - 믿고, 사랑하고, 내려놓을 줄 알았던 엄마의 이야기
메리 로우 퀸란 지음, 정향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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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보내는 상자>          메리 로우 퀸란 지음

 

 

아침부터 이웃에서 두 여인의 고성이 오갔다. 시간을 보니 오전 8시 즈음이다. 똑딱똑딱. 오전 11시 경까지 옥신각신 소란스러웠다. 일부러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려 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공기를 타고 문득문득 익숙한 소리가, 달팽이 관으로 흘러흘러 들어오길래 인식을 하고 보니, 격정에 찬, 아니 거의 비명에 가까운 '엄마'라는 말이었다.

 

그때, 내 손에는 <하늘에 보내는 상자>가 들려 있었다.

 

이 책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가득 묻어나는 글이다. 모녀 사이가 굉장히 친근하다. 모녀 사이뿐만 아니라 그녀의 가족 구성원들이 두루두루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스스럼없이 표현한다. 우리네 정서와는 좀 차이가 있다. 하긴, 요즘엔 많이 바뀌었으니 이러한 닭살스러움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작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쪽지를 적어 담아 두었던 '상자'를 열어 본다. 그 상자 안에는, 어머니 본인과 남편, 자식 그리고 어머니가 알고 지냈던 주변의 모든 이웃들의 이야기(그들의 고민을 하느님께 전하는 메모)가 담겨 있었다. 그 쪽지를 한 장 한 장 꺼내어 보며, 작가는 어머니가 가족과 이웃을 얼마나 많이 사랑했는지 다시금 확인한다.

 

<하늘에 보내는 상자>는, 작가가 어머니에게 전하는 사랑이다. 그리고 작가 자신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와의 이별로 인한. 상처에 대한 치유와 회복의 과정이기도 하다. 작가는 어머니의 사랑이 듬뿍 담긴 쪽지를 보며 어머니의 부재를 인정하게 되고, 아버지와의 이별 또한 준비한다. 그리고 작가가 아버지와의 이별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그녀의 곁에는 항상 어머니의 쪽지가 있었다.

 

<하늘에 보내는 상자>는, 이상한 매력이 있다. 정서적 공감이, 팍~ 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읽다보면, 나의 엄마가 생각난다. 그러면서 천둥치는 소리가 난다.

"있을 때 잘 해."

삶의 방식이 다름에도 '엄마'라는 말에서는 교감이 이루어지는가 보다.

 

아침 내~ 소란했던 이웃집이, 착한 어린이는 잠자리에 들 시간인 지금은 조용하다. 모녀지간에 다소 거친 대화가 오가긴 했으나, 그래도 이승에서의 사랑싸움일 것이다. 그 따님에게 이 책을 가져다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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