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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사냥하는 자들 ㅣ 그리폰 북스 4
바버라 햄블리 지음, 이지선 옮김 / 시공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처음으로 읽는 뱀파이어 소설이라 기대가 많이 컸는데.. 기대에 꽤 많이 부응해준 것 같다.
뱀파이어들의 죽음에 의문을 갖고 전직 스파이인 언어학자 제임스 애셔 교수에게 사건을 의뢰한 돈 시몬 사비에르 크리스티안 데 라 카데나 - 이시드로, 그들의 만남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이시드로는 15C경 스페인의 귀족으로, 352세나 되는 거물급 뱀파이어이다. 아내 리디아의 안전을 걸고 사건에 임한 애셔 교수는 이시드로와 함께 뱀파이어를 죽인 자가 누구인지 조사를 하게 되고..
내용은 대강 저런 것이고 반전이 상당히 괜찮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소설의 백미는 내용보다는 인물들의 성격이다.
600세 이상을 산 수사 안토니. 그는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신에게 용서를 빌었다. 어딘가 모르게 나사가 빠진 듯한 그의 모습에 귀여움을 느꼈다면, 내가 이상한걸까? 사랑스러운 붉은 머리 아가씨 리디아. 병리학자이면서 뱀파이어를 질병의 하나로 취급하는 그녀의 모습은 열정적이고 아름답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 애셔 교수가 그녀에 대해서 묘사하는 곳에서 그녀는 상당히 귀엽고 말이다. 게다가 마지막 결전 때 그녀는 남편과 자신을 위해 은으로 된 모자 핀도 휘두를 줄 아는 강한 여성이어서 더 마음에 들었다.
제임스 애셔 교수... 언어학자인 그의 특징이 드러날 때는 굉장히 귀여웠다. 특히 다쳤을 때 이시드로에게 셰익스피어 희곡을 읽게 하곤 그 발음의 특징을 잡아내는 것을 보고선 웃겨서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아내를 사랑하는 그의 한결같은 모습이 멋졌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내가 반해버린 가장 멋진 인물은.. 돈 시몬 이시드로이다. 처음에 냉철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서서히 그 귀여움을 드러낸다. 애셔가 그의 실종의 의문을 갖고 찾아갔다가 같이 잡히는데, 그 곳에서 탈출하면서 그가 애셔에게 자신 때문에 들어왔느냐고 묻고, 그렇다는 대답을 듣자.. 어색하게 고맙다고 하는 그 모습이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아는 뱀파이어라고 뒤에 서평에도 적혀 있듯이, 그는 그것을 아는 귀족 중의 귀족이다. 그래서 애셔가 그를 믿을 수 있었고, 그는 자신 주위의 뱀파이어를 죽인 '그것'에게도 맞서 싸운다. 물론 힘이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이 책에 아쉬운 점은 꽤나 많다. 여러 지적이 있듯이.. 번역이 그리 매끄럽지가 않다. 역자가 이스드로 팬인지.. 애셔 교수나, 그리픈을 이시드로라고 적은 것도 많고..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서 한참 동안 본 것도 그렇고.. 영어가 된다면 원서를 읽는 것이 더 좋아 보이긴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접어두고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다. 시공사에서 찍어서 그런지 책도 상당히 예쁘고.. (이곳에서 시그마 북스도 다시 재판해 주는 것이 나의 소원이지만....) 읽고서 괜히 읽었다.. 라는 후회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