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맛집 폭격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내가 만약 민소라면 없어진 인도식당을 보면서 자신이 먹었던 마살라 도사를 떠올릴 수 있을까?
사람들의 식욕을 이상하게 버무리고 양념친 이 글은 그져 재미위주로 쓰여진것 같진 않다.
먹는 즐거움을 잘 알고있는 민소의 모습에서 잠시나마 고통과 좌절에서 위안받고 싶어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4월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가 떠오르기도 하고, 국민과 정치인과의 서로의 입장차때문에 좁혀지지 않았던 난감했던
지난날들이 스쳐지나갔다. 마치 이곳의전쟁과 대한민국의 일상과는 크게 다를바가 없어보인다.
현장조사원으로 일하고있는 민소에 눈에 비친 사건 현장들속에서 자신과 그녀가 함께 갔었던
맛집들 네곳에 대한 그리움과 미스터리로 차분하면서 무게있게 진행되는 이 작품은 맛에 대한
표현에 부단히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을 들을 볼 수 있다. 향긋한 오렌지 샐러드와 쫀득하고 맛좋은
찹쌀 탕수육, 바다의 맛을 갖고 있는 짬뽕, 새콤한 사르마돌마에 대한 묘사를 보면서 대체 이 음식들은
어떻게 생기고 맛은 어떤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왜 그가 추억하고 있는 이 맛집들이 전부
미사일 폭격을 맞고 사라져야만 했는지 그는 추격하기 시작한다.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그녀가 보낼리 만무한 이상한 그를 향한 메세지들은 과연무엇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궁금증을 야기시키는 호기심 어린 이 글을 보면서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안갖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건물들이 사라지고 그녀와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도 동시에
사라져 버리는듯한 느낌 표현을 매우 적절하게 잘하였다. 여기에서 배작가는 전쟁의 원인이나
그것으로 인한 결과등을 자세하게 말하고 있지 않다. 다만, 우리네 일상이 전쟁이나 별반
다름없다는것은 매우 세련되게 표현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 작품을 만든 시기가 세월호 참사와
맞물려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이 전쟁이 북한과의 남북전쟁을 얘기하는줄로만
착각하고 있었으나 그건 절대적으로 아닌것으로 봐서는 작가가 세월호 참사를 대하면서
느낀점들이 전쟁과 다른점이 없었다는 것은 크게 공감 할 수 있었고, 무력하고 답답한 정부앞에서
더이상 힘없이 지쳐만 갔던 당신의 국민들의 심정을 고스란히 잘 담아내어 독자들의 공감을
잘 불러 일으킨것 같다.
전쟁이 일어나면 과연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도 동시에 하게 되었는데, 내가 평소가
잘 가던 맛집, 도서관, 서점, 회사, 집들이 모두 폭격을 맞아 없어진다고 상상만해도 너무
우울하고 불안하고 공포스럽다. 아마 작가도 이런 생각에서 기존의 작품과는 다른 이런
작품을 작업했는지도 모르겠다. 당시의 상황들은 나도 굉장히 불안스럽고 답답하고
공허하고, 무력하게만 느껴졌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러한 생각들이 동시에 작용했는지도 모르겠다.
윤희나와 미소가 장백로에서 폭격을 맞는 2부 후반부에 민아리에 대한 기억들이 많이 쏟아져나오는데,
민아리의 귀엽고 활기찬 모습들이 더욱 민소의 그리움을 반증하고 있는듯하여 더욱 애절하고,
그의 그리움이 얼만큼 큰지를 말해주고 있는듯해서 마음이 많이 아팠던 것 같다.
그리움과 고통, 맛집에 대한 추억으로 가득했던 이 책은 작가의 말이 2개라서 더욱 더 특이했고,
그의 생각이 4월에 한번 11월에 한번씩 멈춰서서 마치 그 사이의 공백을 채우기라고 하듯이
주인공 민소의 기억과도 많이 닮아있는듯해서 매우 유사하다는점을 알수있었다.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 무엇이였는지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하기는 조금 어려울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적어도 이해할 수 있는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주는 의미가 매우 상당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지난날의 과오와 반성들이 두번다시는 한국에 일어나지를 않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그리고, 맛집폭격을 통해 다시본 한국의 과거와 오늘은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만 여전했다.
어떻게 바뀌고 변화되어야 할지 충분히 생각해 봐야한다는것을 이 책은 암시하고 있는듯했다.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는 장면들이 많아 읽는 속도를 더욱 가속화 할 수 있었고, 사건 현장에 대한
치밀한 묘사로 몰입도가 극에 달했던 것 같다. 한번 손에 잡으면 놓을수가 없게되는 백작가님의 필력
또한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입증하게 된것 같아서 매우 흐뭇하고, 다시한번 한국에 이런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어찌될까? 하는 상상력을 무한 반복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위험에 대비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것인가? 두려움과 불안감만 반복되는 한국의 미래는 상상하기도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