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음 - 벼룩만화 총서 6
사르동 지음, 유재명 옮김 / 현실문화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벼룩만화 총서는 만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철학적이고 심오하고 진지하다. 그 와중에 이 ‘죽음’ 편은 처음부터 계속 진지하게 진행된다. 꼬마아이가 방에서 나오면서부터 집 안에 가족들이 죽어 있다. 하지만 그 분위기가 절대 참혹하다거나 잔인하다거나 그렇지 않다. 그저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듯 꼬마는 가족들의 죽음을 보고서도 별 반응이 없다. 죽었다고 느끼질 못하는 건지...그런 것 같지는 않다.
정말 시니컬한 장면이다. 삼촌이 나뒹굴고 있고, 엄마는 떨어져 죽어 있고, 그런 식으로 온 가족(정말 한 집에 많은 가족들이 있기도 하다.)들이 죽어 있는데, 이 꼬마는 개의치 않고는 집을 나가 창고 같은 곳으로 들어가는데, 나의 이 어쩔 수 없는 상상력과 이 책의 분위기는 정말 그 꼬마가 자살하는 것처럼 생각됐다. 그런데 밧줄을 잡고 타이어를 잡은 그 꼬마는 나무에 줄을 걸어 죽는 것이 아니라, 그네를 만들어 타고 노는 것이다. 그게 마지막 장면이다.
뒤통수를 치는 반전에 나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생명에 대한 감사보다는 삶의 짐을 무겁게만 느껴서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던 어른들에 비해 이 꼬마는 온 가족이 죽은 가운데서도 또, 죽음을 택하는 데 좋은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살아 남는다. 이것이 어린 아이의 본능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