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엾게스리 미쳤구나."
그는 구두짝을 주섬주섬 집어 들고 도망치면서 중얼거렸지만 아마 곧 나에 대해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폐병쟁이를 잊어버리듯이 쉬 잊어버릴 것이다.
나는 그를 쫓아 보내고 내가 얼마나 떳떳하고 용감하게내 가난을 지켰나를 스스로 뽐내며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내 방은 좀 전까지의 내 방이 아니었다. 빗발로 얼룩얼룩 얼룩진 채 한쪽이 축 처진 반자지, 군데군데 속살이 드러난 더러운 벽지, 자크가 고장 난 비닐 트렁크, 절뚝발이 날림 호마이카 상, 제 몸보다 더 큰 배터리와 서로 결박을 짓고 있는 낡은 트랜지스터 라디오, 우그러진 양은 냄비와 양은 식기들 ㅡ, 이런 것들이 어제와 똑같은 자리에 있는데도어제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다만 무의미하고 추했다.
어제의 그것들은 서로 일사불란 나의 가난을 구성하고 있었지만, 지금 그것들은 분해되어 추한 무용지물일 뿐이었다. 판잣집이 헐리고 나면 판잣집을 고성했던 나무 판대기,
슬레이트, 진흙 덩이, 시멘트 벽돌, 문짝들이 무의미한 쓰레기 더미가 되듯이 내 가난을 구성했던 내 살림살이들이 무의미하고 더러운 잡동사니가 되어 거기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다시 수습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내 방에는 이미 가난조차 없었다. 나는 상훈이가 가난을 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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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일상은 다만 편안하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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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기 시작했다.
나야. 내 인생을 상대하러 나선 놈,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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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로키 인디언들이 자작나무를 뭐라 부르는 줄 알아?" 철망에서 손을 빼내며 승민은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꾸했다.
"서 있는 키 큰 형제."
내보이는 손바닥에 부연 가루가 묻어 있었다.
"태양의 자식이란 점에서 나무와 사람은 형제라는 거야."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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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개의 바늘˝ 소유정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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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프랑스 혁명기의 여성들은 뜨개질 도구를 들고 의회나 법정의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 그들은 혁명 재판소의 재판에 참여하고, 처형을 요구하고, 뜨개질을 하며 처형을 지켜보고, 바늘을 들고 야유했다.

이 모습이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더없이 충격적이었던 모양인지 ‘뜨개질하는 여성(Tricoteuses)‘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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