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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3
공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평점 :
어릴 적 내가 보아 온 아버지는 늘 무언가를 읽고 또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하는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작가나 작가 지망생도 아니었는데...
일을 하느라 바쁘신 가운데도 작은 종이라도 보이면 광고 이면지가 됐든 신문지가 됐든 가리지 않고 쓰시고 익히셨다. 가끔 호기심에 기웃거리기라도 하는 날엔 와서 먹을 갈라고 하셨다. 팔이 아파 대충 막 문지르고 있으면 먹은 이렇게 이런 마음으로 가는 거다 하시며 일러주시곤 했다. 그래서인가 늘 집에서 논어, 맹자를 비롯한 고전들을 보며 자랐고, 나이가 차서 학교에 다닐 무렵이 되고서는 사자소학, 명심보감 등을 비롯하여 옛 성현들의 말씀에서 마음에 새겨야 할 글들을 한 구절씩 들려주시며 인생 이야기를 빗대어 들려주시곤 하셨다. 어린 나이에 때로는 지루하고 잔소리같이 느껴질 때도 없지 않았는데 그 때의 아버지보다도 더 나이가 들어버린 지금, 그때 아버지께서 들려주셨던 말씀들이 살아가면서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이 아마 고전의 힘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 동안 자기계발서라고 할 만한 책들이 논어 등 고전들에서 발췌, 해석, 출판되어 현대 사회의 현상들을 비평하거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것도 적지 않을 것이나, 이번 현대지성에서 나온 ‘공자’는 원문을 살리고 독음을 달아 한문을 모르는 독자들도 한번쯤 읽어 볼까?하는 마음이 들게 했다는 것이 장점이랄까?(물론 글자의 뜻을 새기기 위해서는 스스로 옥편 등 사전을 찾아보는 수고 정도는 해야겠지만) 중간 중간 공자와 제자들의 초상화를 싣고 인물 설명을 덧붙인 점, 활자의 크기 면에서도 가독성이 높아 수월하게 읽힌다.
그럼에도 일반 독자 중에 원문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한자 세대가 아닌 다음에야. 한자를 안다고 글이 해석되는 것도 아니고. 다만 글이란 쓰는 사람의 의도와 함께 읽는 사람의 생각과 해석이 어우러질 수 밖에 없는데 마침 중국 전문가로 알려진 소준섭 박사의 해석이 더해져 2500년을 넘어 공자와 그 제자들의 지혜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고전이란 시대와 나이를 떠나 사랑받을 수 있는 책이다. 논어도 다른 고전과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글귀마다 의미를 새기고 이해하는데 더 깊이가 생기는 것 같다. 옆에 두고 때때로 읽어가며 삶을 풍성하게 가꿔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