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와 거품의 역사 - 돈이 지배한 광기와 욕망의 드라마
안재성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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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움직이는 요소에는 정치, 전쟁, 사상, 철학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그동안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듯 정치사 일변도의 기록이 많았고 전쟁도 이념이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이후 점점 사상사나 생활사, 예술사 등 다양한 관점에서 기술된 저작들이 늘어 왔다. 그러나 ‘돈’을 이야기하는 것은 왠지 ‘속물’적인 느낌을 주어서일까 소설과 같은 시대를 반영한 작품 이외에 역사 전면에 돈 이야기가 등장한 것(전공자가 아닌 비전문가를 위해서 쓰여진 작품이라고 할지라도)은 많지 않았던 듯싶다. 하지만 ‘돈’이나 ‘경제’ 문제는 사람이 먹고 사는 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이번에 을유문화사에서 기존의 역사적 사건들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독특한 시각으로 재해석한 『풍요와 거품의 역사』가 출간된다고 해서 읽게 됐다. 언론사에서 경제 분야 기자로 오랜 기간 일해 왔다는 작가는 물질과 풍요를 숭배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이 역사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경제학도가 아닌, 경제 분야에 작은 상식조차 없는 나 같은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경제용어도 어렵게 않게 기술하고 그마저 본문에 풀어서 설명을 해 주어 읽어내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국채’ 활용 여부로 승부가 갈린 포에니 전쟁, 세계 최초의 버블인 튤립 버블, 정부 주도의 사기극이었던 미시시피 버블, 자유, 평등, 박애의 민주적 가치 실현을 내세운 프랑스 대혁명 뒤에 감춰진 ‘돈’ 이야기, 세계 최초 화폐, 은행, 보험의 탄생, 나라마저 팔아먹을 듯한 금융가들의 도덕적 해이, 2008 글로벌 금융위기, 비트코인 등 ‘돈 문제’에서 비롯된 역사적 사건을 통해 세계사의 또 다른 이면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pp.190-191 프랑스 대혁명은 결코 자유, 평등, 박애 등 민주적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벌어진 혁명이 아니었다. 주된 원인은 ‘돈‘, 누가 세금을 낼 것인가를 두고 벌어진 다툼이었다. 다만 일단 불이 붙은 혁명의 불꽃은 쉽게 꺼지지 않았기에 처음에는 겉포장 격이었던 수사가 점점 중심을 차지하게 됐다. 특히 한번 승리와 자유를 맛본 프랑스의 시민들은 그뒤 결코 압제를 용인하지 않았다. 대혁명 후에도 7월 혁명, 2월 혁명 등 여러 차례 봉기를 통해 프랑스의 정치 체제는 완전한 민주정으로 개편된다. 그뿐이 아니었다. 프랑스의 성공에 고무된 다른 나라의 시민들도 들고 일어났다.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은 전 유럽으로, 이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세금을 더 내는 건 싫다"는, 단지 경제적인 의미였던 프랑스 부르주아들의 반발이 민주정의 성립과 정치의 발전을 이끌어 낸 것이다.

p.282 그런데 놀랍게도 21세기 들어 독일 제4제국이 등장하는 분위기다. 그것도 매우 성공적이다. 요새 독일은 총칼을 쓰지 않고도 합법적으로 유럽 각국의 부를 빨아들이고 있다. 합법적이기에 세계 각국의 비난 세례를 뒤집어 쓸 염려도 무력 침공을 받아 붕괴될 위험도 없다. 따라서 작금의 성공 가도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독일 제4제국을 탄생시키고, 나아가 눈부시게 성공시킨 기구는 바로 유로존이다. 그리고 독일이 유럽의 부를 합법적으로 훔쳐가는 도구는 유로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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