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 개정판
김훈 지음, 문봉선 그림 / 학고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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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이라고 하면 백에 백은 삼전도의 굴욕을 떠올릴 것이다.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 무릎이 찢어지는 수모를 당하며 무려 아홉 번의 절을 반복하는 굴욕적인 인조의 모습. 그리고 바닥에 꽃잎마냥 흩뜨러진 인조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핏방울. 주변신하들은 비참하게 울고, 백성들은 강간당하고 살해당하는 광경.
나중에 커서 그것들이 어느 정도 가공된 과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이 비참한 일을 당한 것은 과장이 아니기에 무능한 군주와 끝까지 주전을 주장하던 신하들에 대한 분노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가시지 않았다. 현실을 전혀 모르고 좁은 시야에 갇혀 어리석게 싸우기를 주장하다가 나라를 굴욕에 빠뜨린 왕과 신하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생각을 다소 바꾸게 된다. 작금의 현실에 비유한다면, 그리고 나였다면 과연 국가의 자존심은 깨끗이 버리고 화친만을 주장할 수 있었겠는가. 여러 번 생각해봐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때 계속 대적하기를 주장한 신하들도 나름 신념과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사는 한쪽 면만 볼 수 없기에, 이분법적으로 그 당시 인물들의 행동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이 남한산성이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아픈 통한의 역사를 다시 바라보며, 비슷한 비극이 이 한반도 나라에 닥칠 때 후손들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결정을 내려야할지 숙고하게 만드는 것도 이 소설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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