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작가님의 작품은 어디인지는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소설집 상속을 우연히 처음 읽게 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수녀에게 인간이 화를 낼 때는 언제냐며 사람은 불의나 부당함이 아니라 자신의 예상이 틀렸을 때 가장 화를 많이 내게 된다는 구절은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살짝 불편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니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은근히 진실에 가까운 때가 많은 문장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인생은 알 수가 없다고 해야할지 기묘하게 얽힌 인연을 이 작품을 통해 보자면 삶은 뭐고 사랑은 뭘까 감상에 빠지게 됩니다.사실은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웃픈 현실인 것 같습니다. 요즘 살다보면 생각보다 삶은 깊은 것이 아니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평범하고 소소하니 뭉그러지는 성냥개비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 그런 생각이 다시금 문득 떠오르게 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혹자는 다소 산만하고 그저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일상 속에서 스쳐지나가는 작은 생각들을 소소히 담아 우화처럼 전해주는 이 작품이 저는 선물상자 같아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문학이 꼭 거창한 주제를 다루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잠시 살다가 마음에 휴식을 얻기 위해 머무는 그늘 정도로서만 있어줄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