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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평점 :
가끔씩 불의를 참지 못해 일어서는 이야기들을 보며 슬픕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떠올렸던 것은 몇 년 전에 언론에서 본 한 방송피디의 자살이었습니다.
대학에서 운동권으로 나름대로 진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을 추구했던 그가 취직하고 나서 비정규직들에게 실적과 무리한 근무를 강요하고 몰아붙이는 것을 힘겨워했고 그로 인해 그에게 돌아온 것은 직장 내 따돌임이었으며 심지어 비정규직들에게도 질시의 대상이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떠올라서 울컥했습니다.
언제나 자기 신념을 유지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이 책 속의 딸도 그렇습니다.
좋은 학교를 나와 열심히 공부하던 딸이 어느 순간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시위를 가고 그로 인해 딸의 사회적 지위와 재력은 하락합니다.
게다가 어머니 입장에서 친딸이 동성 애인을 두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동요할만한 일이기도 합니다.
딸이 멋진 이성을 만나 좋은 가정을 꾸리고 금전적으로도 풍요로운 인생을 살기 바랐으나 딸은 남들 인생을 돕기를 원한다고 자기 자신의 안위는 밀쳐두며 동성애인과 동거를 하며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주인공의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현실 속에서도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아도,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했다가 되려 더 어둡게 변해버리는 슬픈 일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이해를 더 하면 좋을텐데 참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세상살이의 어려움, 그리고 개인의 노력으로서 닿기 힘든 한계에 부닥치며 벌어지는 가족 간의 갈등, 자식에 대한 부모의 기대와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좌절 등등 정말 현실적인 요소들을 많이 건드립니다.
다시금 읽어보며 곱씹고 싶어지는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