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누스 푸디카. 무슨 뜻일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비너스상이 취하고 있는 정숙한 자세를 나타내는 말이더군요. 비너스 상이 가슴을 살짝 가린 묘한 느낌을 내는 자세를 베누스 푸디카라고 칭하는 모양입니다.사실 시집은 참 오랜만에 읽어보는데, 감성이 물결치듯이 읽다가 중간중간에 확 밀려와서 넘치는 감성을 지금도 약간 주체할 수가 없게 되어버리네요.여름의 매미를 보고 소리가 아니라 다 쓴 날개를 접고 투명한 죽음이 되어 떨어진다는 표현은 시인이니까 쓸 수 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발상이 가능한가 놀라면서 한편으로는 그러한 표현이 갖는 함의와 씁쓸한 죽음이라는 현상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작용을 함을 깨닫고 또 한 번 놀라게 되었기도 합니다. 글자들이 뛰어내려도 노래한다는 시인, 문장들이 겁에 질려 나자빠져도 좋다는 시인, 무너진다고 해도 날카로운 글이어야 한다는 시인 그리고 시의 원형인 음악과 시를 연결짓는 것은 기묘한 차원으로 저를 데려다 주었습니다.패배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고 빈손으로 누워 그들을 이해한다는 따스한 화자의 마음가짐도 시 본연의 사람을 사랑하는 감성이 느껴져서 마음을 치유해주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이번이 첫 시집이 아니고 이미 여러 번 작품집을 내셨다고 하는데 오 년 동안 감춰둔 수많은 보석들을 한꺼번에 접한 듯하여 휘황찬란하다고 할까요.마음을 쉬고 싶을 때 한 수씩 보면서 오래도록 여운을 느끼고 싶어지는 시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