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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표지에 한 여인이 새와 함께 의자에 앉아있다. 그 표지를 벗겨내면 여인은 사라지고 빈 의자에 새 한마리만 남아있다.
<비포 아이 고> 제목과 표지가 모든 것을 말해주듯이 책을 읽기도 전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가끔 '죽음'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이고 어떤 느낌인지 생각해보곤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겨두고 떠나야만 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을.. 과연 나는 받아드리고 극복할 수 있을까?
유방암 진단을 받은 후 성공적인 치료로 3년간 아무 문제가 없던 '데이지'는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을 때만해도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암세포가 재발했다는 진단을 받는다. 이제는 그 암이 폐와 뼈 그리고 뇌에까지 전이되어 길면 6개월정도만 살 수 있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그동안 통증이나 그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설마 했던 데이지는 충격을 받고, 갑자기 삶이 무의미해짐을 느낀다. 심리학 전공을 공부하던 그녀는 수업에 나가기도 싫어지며, 남편과의 사이도 점점 어색해져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지는 자신이 없어진 후 요리도 청소도 할 줄 모르는 남편의 홀로 남겨진 모습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데이지는 그녀를 대신하여 남편 옆을 지켜줄 새로운 아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완벽한 여성을 찾기로 결심한다.
지적이고 정리를 잘하며 동물을 사랑하는 여성을 과연 어디서 찾아야 할까? 데이지는 그런 여성을 찾기 위해 카페나 도서관 그리고 인터넷 만남을 이용해 찾기로 한다. 그러나 찾는 여성마다 단점이 보여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왠지 완벽해 보이는 여성이 남편과 함께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질투가 나기도 한다. 과연 자신이 정말로 남편에게 새 아내를 찾아주고 싶은건지 의심도 든다. 하지만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그런 여성을 드디어 찾았다. 자신이 정한 조건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여성을 발견하여 이제 연결만 시켜주면 된다. 그런데 어떻게 연결을 시켜줘야 할까? 이런 고민도 잠시.. 그 여성은 알고보니 자신의 절친 케일리의 직장 동료였으며, 이미 남편과는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남편과 그녀가 가까워지며 친한 모습을 보니 데이지는 질투를 느끼며 혼란스럽고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과연 이 일이 잘하는 짓일까?
데이지는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 후에 일을 대비하기 위해 준비를 한다.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남편을 홀로 두기 싫어 새로운 아내를 찾아주려는 데이지의 마음은 얼마나 힘들고 아팠을지.. 그런 그녀의 마음속 스트레스와 사랑이 고스란히 책속에 담겨져 있다.
사실 새로운 사람을 찾아주려는 시도 자체만으로도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자신이 비록 세상을 떠난다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면 질투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루 일분 일초가 아까운데..계속 같이 있고 싶은데..앞으로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가슴찢어지게 아플까...
이 소설은 '죽음'이라는 설정때문에 새드스토리라고 생각할 수가 있다. 하지만 '사랑'이란 단어만을 생각하고 읽는다면 슬픔보다는 아름답고 설레이는 멋진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데이지가 남편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준비하는 법' 같은 책을 선물로 주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책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질문을 해본다. 만약 내가 데이지라면...어떻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