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푸어 소담 한국 현대 소설 5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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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푸어> 제목만 보면 사랑에 목마른 여성들의 사랑찾기 같은 달달한 로맨스 같다.

하.지.만. 단순한 로맨스라고 생각하고 책을 펼친다면 아마 조금 놀라우실 것이다.

이 소설은 강북 일대를 휩쓴 바이러스로 인해 좀비가 판을치는 세상이된 곳에서 살아야한다는 집념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다룬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일반적으로 '좀비'하면 도망치고, 숨고, 물리고, 뜯기는 장면들로 잔인함이 가득한데, 이 소설 역시 이러한 장면들로 넘쳐난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나면 '좀비' 자체의 공포심보다는 이야기 안에 담겨진 의미가 더욱 생각나는 그런 소설이다.

 

8년동안 은행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여주인공 '다영'은 바이러스로 인해 이미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버린 세상속에서도 열심히 일하며 살고있는 평범한 여성이다. 나이는 32살로 이런 시국에서는 30대는 이미 노처녀로 인식이 되어버리고, 승진만을 기대하며 열심히 일했건만, 자신 보다 늦게 들어온 후배에게 승진을 빼앗겨 버려 속이 상한 다영은 자신의 고객인 '성욱'을 만나기로 한다. 

 

성욱이란 남자는 곧 50살을 바라보는 노총각 재벌남이다. 다영은 이 남자를 볼 때마다 비호감에 정이 안가지만 120평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이 남자에게 시집을 가면 죽을 때까지 편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으로 그를 만난다. 그와 식사를 하고 나온 후 발렛 주차 요원을 기다리는 도중 좀비가 나타가 그의 팔목을 물었지만 그는 백신을 맞아서 좀비로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역시 돈 많은 재벌은 일반 서민이 절대 맞을 수 없던 백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다영에게 결혼자하고 청혼하며 그녀에게도 백신을 놓아준다.

 

다영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불법 비타민 주사를 맞는 바람에 사회 봉사 5백시간을 하게 된다. 봉사를 하러 홍대를 간 다영은 피부가 하얗고 잘생긴 '우현'이라는 남자를 만난다. 둘은 봉사를 끝마치고 술을 한잔하고 헤어지는 순간에 좀비가 나타나 두 사람은 한 모텔로 숨어들어가게 되고, 그 후 좀비는 홍대를 장악하여 강북의 모든 도시는 초토화가 되어버린다. 위험한 순간이 올 때마다 우현은 다영을 구해주고 지켜준다. 그런 그에게 마음이 가는 다영은 고민을 한다. 안전지대인 강남으로 홀로 도망을 칠 것인가? 자신을 위험으로 부터 지켜주는 이 남자와 함께 할 것인가?

 

세상이 무너질수록 돈과 권력은 더더욱 커지게 된다. 아무리 좀비가 우글거리는 세상일지라도 권력을 지닌 자들은 어김없이 우세에 있고 돈 없고 권력 없는 서민들은 살기 위해 그들에게 몸을 바친다. 가끔 이런 세상이 온다면 과연 어떻게 살아갈지 상상하곤 했는데, 작가가 보여준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세상과 비슷했다. 아마 현실에선 이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인간의 생존과 욕심은 상당히 무서울수밖에 없다. 그러는 와중에도 사랑은 피어난다. 소설속 '우현'은 이런 삭막하고 무서운 세상속에서 행복과 사랑을 알게 해주는 따뜻한 존재였다. 그 반대로 권력자인 '성욱'은 이런 세상속에서 힘들지 않게 편하게 살아가게 해줄 수 있는 존재였다. 이런 '다영'에 입장에서는 과연 누구를 택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 되는 것일까? 좀비만큼 무서운 가난의 압박은 사랑을 버리고서라도 택하게 만든는 공포에 대상이다. 하지만, 아마..행복은 없을 것 같다.

 

'사랑이 밥먹여 주냐?'는 말 처럼 세상은 사랑보다 돈을 우선시 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좀비 세상속에서 갈팡질팡하는 다영의 모습으로 대신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평소에 좀비라는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 소설로 읽어본적이 없은데, 그런 나의 공포심을 없애줄만큼 상당히 재미있고, 읽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릴 만큼 집중도과 속도감이 최고였다. 무엇보다 '우현'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멋지다! 아.. 물론 젊고 잘생긴 인물이라서 멋져보일수도 있지만, 한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걸 정도로 사랑을 하는 그의 모습이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로맨스 소설이지만 달콤, 새콤, 오글거림이 없어 읽는데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호러(?)와 로맨스가 적절하게 섞여 스릴감도 있어서 좀비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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