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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 이란것은 우리 인생에 어떠한 의미를 주는 단어일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는 것?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것?
옛적부터 결혼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어 혼인할 나이가 되면 반드시 가야만 했었는데,
지금은 때가되면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결혼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소설 <트렁크>는 이런 결혼이라는 주제를 새로운 발상으로 독특하게 꾸려나간 인생 이야기이다.
곧 서른살이 다가오는 '노인지'는 결혼정보회사에서 특별 회원만 관리하는 NM이라는 부서에서 7년째 근무하고 있다. 이 부서는 독특하게도 일반 결혼정보회사처럼 미혼자들을 서로 소개해주는 업무가 아니라 결혼을 계약하고 그 기간동안 '아내'나 '남편'이 되어주는 특별한 업무였다. 기간제 아내, 남편이라고 하니 예능 프로 '우리결혼했어요'가 떠오른다. 가짜 부부 연기를 하면서 그들의 알콩달콩 설레이는 모습을 보며 결혼에 대한 환상이 그려지곤 하는데, 반대로 NM이라는 이 부부는 가짜 부부지만 진짜처럼 생활을 하는 잠자리도 함께 해야만하는 어찌보면 돈을 받고 접대부 역할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결코 접대부는 아닌, 기간동안 진짜 부부가 되어야만 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었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파경이 되는 것이고, 파경되면 그동안 사용했던 모든 것들은 다 처분하고 새롭게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청혼이 들어오길 기다린다. '노인지'는 마지막 계약이 완료되어 다른 청혼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동안 친구의 소개로 '엄태성'이란 한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 남자가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확실하게 거절하고 나오지만 엄태성은 계속 그녀를 따라다닌다. 욕을하며 꺼지라고도 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 그러는사이 노인지에게 마지막 남편으로부터 재결합 요청이 들어오고, 그녀는 또 다시 '출장'을 떠난다. ('출장'은 부부가 되어 회원의 집으로 가서 기간동안 살기 때문에 회사 출근을 하지 않고 외부 업무라 출장이라 부른다)
" 돈하고 사랑은 똑같애. 없어도 지랄 많아도 지랄이야. 한 백명 만나면 든든할 것 같지? 하나 깊이 만난 것보다 더 헛헛해. 적당히 만나고 길게 사랑해라. 자꾸 갈아치운다고 더 좋은 놈 안 나타나. 총천연색이 한가지 색보다 선명하지 못한 법이다. 알아듣냐? " P.87
서른살인 노인지. 그녀는 이 업무를 하는 동안 많은 경험을 해왔지만 결코 남은 것은 없다. 인생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지만 과연 그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었을까? 어찌보면 현실 이야기이지만, 또 어찌보면 너무나 터무니없는 인생이야기 같다. 그냥 가볍게 읽어버릴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 인생을 생각해 보게 한다. 두껍지가 않아 하루면 읽을 수 있는 양이지만, 결말을 읽었을때는 조금만 더 길게 써주길 바랬다. 노인지의 뒷 인생이 궁금했고, 엄태성이라는 정신나간 이 남자의 이야기도 계속 듣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