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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세기
캐런 톰슨 워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하늘의 새들이 땅으로 떨어졌다.
아무리 세게 던져도 공이 멀리 날아가지 않았다.
바닷물이 밀려와 지붕까지 잠겼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에 빠져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지구가 멈추거나 자전 속도가 느려진다면 과연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 갈 수 있을까?
이 책 [기적의 세기는] 지구의 자전 속도가 점점 느려지기 시작하면서 발생하는 현상과 사람들의 반응 그리고 그 상황속에서 점차 성장해 나가는 한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뉴스 속보가 전해지고, 이러한 현상을 사람들은 '슬로잉'이라고 불렀다.
슬로잉의 현상으로 인해 낮과 밤이 매일 몇분씩 늘어나면서 하루가 40시간, 72시간씩 늘어나고, 일출과 일몰의 시간도 바뀌게 된다.
슬로잉이 계속 되는 도중에 중력에도 변화가 생겨 새들이 날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지며 죽어나가고, 고래들이 떼를 지어 해변으로 몰려와 죽게 된다. 식물이며 곡식도 점점 말라 썩어가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인해 몸에도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해 낮과 밤의 길어진 시간엔 상관없이 24시간 체제인 '클락타임'을 따르라는 발표를 한다. 사람들은 캄캄한 밤에 출근을 하고 해가 뜬 시간에 커튼을 친 채 잠자리에 들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들은 자연의 이치를 따르려는 사람들끼리 모여 한 집단을 만들고 두 집단으로 나뉜 사람들 사이에서는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 나는 처음에 공포보다는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그것은 약간 흥분되는 일, 말하자면 평범한 일상에 갑작스러운 활기를 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사건 같은 것이었다. "
P.22
이 소설은 열 한살 사춘기 소녀 '줄리아'에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녀가 느끼는 지구의 이변과 사람들의 갈등에 대해서 복잡함을 느끼지만 관심에 대상은 슬로잉이 아니라 짝사랑 상대인 '새스'라는 남학생이었다. 줄리아는 처음에 슬로잉에 대한 현실감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친했던 친구 '해나'가 가족과 함께 이사를 가고, 새의 죽음과 엄마의 불안 그리고 각종 기이한 현상 등을 겪으면서 슬로잉을 느끼게 되지만, 그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학교에서의 외톨이가 되는 것이 더 큰 두려움이었다. 줄리아는 친구가 별로 없었다. 가장 친했던 친구 해나가 이사를 간 후 다시 돌아왔지만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서 줄리아를 무시 했고 둘 사이는 점차 멀어지게 되었다. 항상 바라만 보던 새스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항상 홀로 도서관에서 점심 시간을 보내던 외로운 소녀일뿐이었다.
어느 날 새스가 해변에 죽어있는 고래들을 보러가자고 하면서 부터 이 둘은 가까워지고, 줄리아는 그런 새스에게 사랑에 빠져버린다.
시간이 지날 수록 슬로잉의 현상은 심해지지만 줄리아의 머릿속에는 새스로 가득하다. 그와 함께 있으면 40시간이 넘게 내리쬐는 햇볕도 두렵지 않고, 3일동안 이어지는 정전도 두렵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을 견뎌야 하는 줄리아에게는 이 시간이 '기적'같은 시간이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지구의 이변이 커다란 사건으로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만 어린 사춘기 소녀 줄리아에게는 오히려 이 현상이 흥분되고 스릴있다. 사람들은 식량난에 대한 걱정이 태산인데 줄리아는 짝사랑 중인 새스에 대한 생각뿐이다. 세상은 점점 이상 현상으로 힘들어지고 부모님의 사이도 점점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줄리아는 새스와의 데이트로 행복하다. 이토록 순수함 속에서 줄리아는 여러 경험을 통해 성장해 나가고, 성인이 된 줄리아에게 슬로잉이 일어났던 그 해 일년 간의 일들이, 새스와 함께 했던 시간이, 그리고 자신의 변화를 겪었던 그 시간이 그녀에게 '기적의 세기'였던 것이다.
지구의 이변을 다룬 소설이지만 강한 임팩트가 있거나 그러진 않다. 그동안 봐왔던 SF소설과는 다르다. 하지만 그안에 담겨진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성장 소설이다. 내가 지금 십대 사춘기 소녀였다면 많은 공감을 갖고 읽었을 것 같다.
영화로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질지 조금은 기대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