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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평점 :
'일이나 사태가 잘못되어 결딴이 나는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파국.
주인공 '요스케'는 여자로 인해 그런 파국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요스케는 학교 동아리에서도 알아주는 운동부로 후배들 코치 역할도 하면서 자기관리도 철저히 하는 성실한 청년이다. 그는 사귀는 여자친구 '마이코'가 있지만 그녀가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만남을 갖지 못해 무료한 시간을 때우고자 친구의 개그 공연을 보러 가기로 한다. 공연 도중 요스케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이 무언가 불편해 보이자 요스케는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오고 둘 사이는 이 날을 계기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요스케는 마이코와 헤어지고 여학생 '아카리'와 사귀면서 매일 그녀의 집에서 밤을 보낸다. 여자를 좋아하고 육체적 관계도 좋아하는 요스케는 항상 여자에게 매너를 지켜줘야 한다며 여자가 싫어하는 것은 강제로 하지 않는다는 그만의 규칙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곧 공무원이 될 것이기에 그것에 흠이 가는 행위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이 그를 지배하고 있는 듯이 그는 자신만의 규범을 철저히 지키며 살아온다.
요스케의 철저한 원칙 때문인지 그에게서는 감정의 움직임이 잘 보이질 않는다.
아카리를 위해 자판기에서 따뜻한 음료를 사주려 했는데 따뜻한 음료가 없자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그는 왜 눈물이 흐르는지조차 자신도 알지 못한다. 게다가 헤어진 마이코가 늦은 밤 갑자기 그의 집으로 찾아와 관계를 요구해도 거절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카리에게 미안함 조차 갖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는 매번 '여자가 원하기 때문에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한다. 그래서 마이코가 다가와도 거절하지 않았던 걸까. 마이코와 관계를 갖은 후에도 그는 아카리와 계속 만난다. 그리고 아카리는 성욕에 눈이 떠져 하루에도 몇 번씩 요스케을 끓어오르게 한다.
요스케는 자신의 철저한 원칙으로 모든 것을 잘 이끌어 나갔지만 두 여자로 인해 그가 가지고 있던 인내와 집착이 폭발해 버려 어긋나버리고 파국을 맞이한다. 결국은 그 스스로가 만든 규칙 때문에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해 생겨난 일이 아닐까.
이야기의 흐름이 조금 독특하다. 무언가 일이 터질 것 같았는데 아무것도 아니고, 마이코가 무언가 놀랄 얘기를 해주려나 보다 했는데 또 아니고. 풍선을 터질 때까지 불다가 갑자기 바람을 빼내듯이 집중해서 읽다가 기운이 빠져버렸다. 무언가 심오한 뜻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고 다가오지도 않았다. 내게는 조금 난해한 작품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