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쓴 후성유전학 - 21세기를 바꿀 새로운 유전학을 만나다
리처드 C.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시공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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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와 관련한 분야를 배우고 있던 중에 희귀난치병에 걸렸다.

이유도 모르고 원인도 명확하지 않은 병으로 인해 해결방법도 모른 채 그저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로 거의 십년가까이 지내고 있다.

아무래도 건강에 문제가 있다보니 건강관련 서적을 많이 보게 되었다.

점차 범위를 넓혀가서 한방에 관련한 책이나 식사 및 생활습관, 심리에 관해서도 읽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나의 원인을 책 속에서 연결지어 보게 되었다.

그러나 늘 이해되지 않는 것은 왜 같은 상황에서 나만 그런 병에 걸렸는가 하는 문제였다.

어릴 때 부터 동생과 나는 체력 많이 차이났고 알러지도 나만 있었다. 일년내내 종목(?)을 바꿔가면서 병원을 다니고 항상 약을 먹는 것은 내쪽이었다.

유전적으로 한 부모의 자식이어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책은 이런 부분의 궁금증을 어느정도 해결해주었다.

 

전에 비만이나 식습관에 관련한 책을 읽었을 때

이 책에서 다룬 네덜란드 대기근과 낙태를 방지하기 위해 임산부에게 투약한 약물에 대해서 읽은 적이 있었다. 단순히 한 면만 보았을 때는 약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만의 원인이 태아 때 기아를 겪은 것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보고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까 이것들이 모두 환경에서 비롯된 후성유전학이었다.

 

후성유적학의 의학적 목표는 주로 병리적인 후성유전적 사건들을 되돌릴 방법을 찾는 것이다. 후성유전의 유전적 경로는 상황에 따라서 다 다르다. 부모 중 모계, 또는 부계로 이어지기도 하고 조부모에게서 조손에게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중에서 환경에 의해서 유도된 변화가 개입하는 것이다.

외부 환경이 우리의 유전자 활동을 조정함으로써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후성유전학은 유전자가 담겨있는 세포변화를 매개로 삼아 영향이 발생한다.

책을 읽다보면 생물시간에 들었을 법한 내용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긴장하지는 않아도 된다. 이해할 만한 수준에서 설명하고 조금 어렵다 싶으면 두어번 다시 읽으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계속해서 앞에서 말한 내용에 대해 새로운 사실과 반대되는 내용이 등장해서 정신을 차리고 읽어야 한다.

예를 들면 엽산에 관한 내용을 보면 현재 우리는 주변에서 임산부에게 엽산을 처방하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도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뒤에가면 엽산이 지나치게 섭취되면 자폐증이 염려된다고 밝히고 있다.

환경호르몬 즉 내분비교란물질에 대해서 염려하는 부분도 후성유전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내분비 교란물질은 각인된 유전자에 여향을 미쳐 발생오류를 일으키는데 수컷이 암컷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부분에서 어느 책에서 본 듯한 내용이 떠올랐다. 내가 지금 먹어서 자손을 낳는다면 그 먹는 것으로 인한 영향이 3대에 미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각인은 메틸화가 중요하게 개입하는 후성유전적 과정이다.

 

재미있는 사실.

당나귀와 말, 노새. 말을 확실히 알겟고 당나귀와 노새는 같은 줄 알았는데 당나귀와 말의 부자연스러운 짝이 만들어 낸 것이 노새다. 이 노새는 노새끼리 교배해서는 얻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노새-버새가 다시 등장한다. 멘델의 유전법칙을 깨는 노새이야기는 지루해질 만한 때에 등장한다.

전성설과 후성설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나의 존재와 운명 등 평소에 아무렇지 않던 부분이 새롭게 다가오게 만드는 내용이다. 암세포에서 배아줄기세포가 유도되는 설명도 납득이 되지 않을 법하지만 읽다보면 매우 타당성있게 들린다.

이는 암의 진행 자체가 유전적 과정인 동시에  후성유전적 과정인 특징을 갖고 있기에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후성유전적 시각에서는 발암물질이란 후성유전적 조절을 바꿔놓는 가능성을 갖게 된다 .

 

내용면에서는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을 쉽게 쓴 편에 속하며(저자가 제목에서 밝혔듯이), 유전의 문제가 아닌 후성유전, 즉 환경이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새로운 내용을 접해서 내용에서는 별 다섯이다. 그러나 책의 거의 1/4에 해당하는 두께가 저자의 참고자료라서 편집과 구성에서 별하나 뺐다. 친절하게 많이 넣어 주었지만 난 그 외국 자료를 찾기엔 벅차다. (하지만 주석을 달아둔 부분에서는 분명히 도움을 받았다.

 

내가 동생과 다른 이유나 남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만 늘 달랐던 이유를 명확히 찾을 수는 없었지만 그럴수도 있다고 스스로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었다. 불평하지 않고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후성유전적인 어떤 문제들이 개입되어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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